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젊은 시절에 참으로 많이 애송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다. 지난 시간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움츠리고 지내왔던 긴긴 나날이었다. 어디 마음 놓고 숨이라도 크게 쉬어 봤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스크로 코를 가리고 지내왔기에 냄새조차도 제대로 맞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봄꽃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매무새를 뽐내며 꽃가게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꽃 가꾸기를 전문 직업으로 살아왔던 시간들이 벌써 35년이 넘었다. 꽃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추운 겨울이면 어리고 여린 꽃들이 얼지나 않을까? 더운 여름에는 하우스 안의 온도는 50도가 훌쩍 넘는다. 이럴 때면 꽃들이 쪄서 물러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밤잠을 설친 적이 무수히 많다. 꽃은 사람들의 손에 잘 길들어있다. 그래서 사람의 손에 의해 그 꽃은 향기도, 빛깔도, 모양도 달라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인 봄이다. 특히 4월은 꽃이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계절이다. 겨우내 답답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다가 따뜻한 햇볕과 비에 젖은 흙냄새를 맡으며 자신을 데려갈 주인을 기다리는 꽃들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설레고 들뜬 마음이겠나. 이때 즈음이면 우리 사람들도 움츠리고 지냈던 겨울의 답답함에 지친 마을을 이끌고 꽃 가게에 기웃거린다. 누구나 꽃 화분 하나 정도 거실에 들여놓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 봄에 거실과 같은 실내에 기를 수 있는 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봄이 되면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들이 온 산과 거리를 장식한다. 그러나 저런 꽃들은 거실로 데려오기 어렵다. 그래서 작은 화분에 다양한 봄꽃들을 데려오는 방법도 있다. 꽃은 원래 식물들의 생식을 위한 것이다. 화려한 꽃들은 곤충들을 유혹하고, 곤충들은 꽃의 꾐에 빠져 연신 꽃가루를 이꽃 저꽃으로 묻혀 다닌다. 이래서 꽃을 피운 식물들은 새로운 대를 이어간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봄에 피어나는 꽃들은 그들만의 숨소리는 신비롭고 감미롭다. 그 깊은 맛을 한입에 담기는 너무나 커 어찌할 수가 없다.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멋진 풍경도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다. 꽃을 찾은 벌들의 웅웅대는 소리는 어느 오케스트라로 연주할 수 없다. 그렇고 보면 우리의 사계절로 일컬어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우리의 축복이라. 이렇게 아름다운 봄꽃들에 눈멀지 말고 함께 꽃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칼럼, 화사랑농원 대표 권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