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시니어매일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입니다. 참여하신 독자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저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저는 군대나 어떤 수감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면회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키는 특별한 곳, 바로 노인요양시설입니다.
제가 노인요양시설에서 일을 한 지도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을 되돌려 볼 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이나 보호자분들이 면회를 오셨을 때 환하게 밝아지는 어르신들의 얼굴입니다. 특히 나이가 구순을 넘기시고 치매라는 병까지 가지신 어르신이 면회를 온 아들과 딸 그리고 형제자매들을 알아보시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저는 그런 장면을 ‘기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더군요.
“니 내 아들 아이가...”라고 말씀하시며 주름진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보이시는 할머니. 평소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만 하시던 그 할머니가 어떻게 아들을 알아볼 수 있었는지 누가 설명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재작년 작고하신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온몸에 암이 퍼져 대학병원 응급실에 모시고 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더군요. 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하는 만큼 정성을 다해서 모셨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26일간 간병을 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얼마나 후회했었는지 그리고 아버지를 보내 드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로서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를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버젓이 대학까지 나온 제가 구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유가 아버지에게 해드리지 못한 것들을 다른 어르신들에게 해드리면서 저의 죄를 씻는 기회일지도 모르죠.
앞으로 더 얼마나 지금의 삶을 더해나가야 저의 죄를 온전하게 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좋은 기억들만 하면서 지금의 삶에 더 충실해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