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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기자 한달 ... "나는 변화하고 있다"
icon 박영자 기자
icon 2019-03-21 11:15:55  |  icon 조회: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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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벽2시면 잠이 깬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잠재의식이 잠을 설치게 한다..

시니어매일 기자라는 직함을 갖고부터 생긴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나름대로 경력이 좀 있어 하면 안될 것도 없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복지관, 중구청, 적십자 등의 기자를 했다. 그저 원고와 사진을 갖다주면 자체에서 올리고 편집을 했기 때문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쉽게 했다.

그런데 시니어매일은 직접 기사를 쓰고, 올리고, 사진 크기를 조정해서 올리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복잡하다. 실수할까 두렵다. 해야 할까? 보내도 될까? 라는 맘으로 몇 번씩 망설이고 되뇌어 본다.

살얼음판을 딛듯 조심스럽다. 안되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든 정보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밴드에 올라오는 정보와 기사, 기자님들의 화려한 경력을 보면서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지고 있는 나를 본다

용기 내어 3.1절 행사 준비단계의 광경을 교통통제라든가, 시내곳곳에 태극기가 걸린 모습도 알리고 싶었다.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시험 삼아 사진영상부팀 밴드에 올렸다.

동료기자에게 지적을 받고 맘이 아프다. 힘도 다 빠지고 멘붕 상태다. 20여 년간 사진을 해서 나름대로 동영상도 열심히 했다. 나는 나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건 아니구나, 나는 안되겠구나, 어떻게 해야 하지? 자신도 없고 불안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해내고 말거야.’

60에 만학도로 공부도 했는데 이것쯤이야. 100세 시대에 70중반인 내가

이것도 못하면 안돼 라면서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아들이 용기를준다.

무조건 컴퓨터부터 사서 자판연습부터 해야 한단다. 독수리타법이라도

무조건 시작하세요.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시간나는 대로 조금씩 천천히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컴퓨터를 사줬다.

눈과 손과 생각이 따로 논다. 그래도 완성되어가는 문장을 보니 신기하다. 봄에 새싹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듯이 나 혼자 미소를 지어본다..

‘흥 별것 아니네’ 혼자말로 누군가에게 내뱉는다. 상쾌하다

알아가고 배워 간다는게 얼마나 기쁜지...

새벽이면 일어나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를 치면서 가지고 논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다보면 아침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튿날이면 또 잊어버린다. 치매는 아닐 테고 기억력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속이 상하고 슬프다.

첫 기사로 미성납작만두 가게 이전 기사를 올렸다. 역시나 반려가 되었다.

홍헌득단장님이 부족한 부분을 자세히 체크해 주셨다.

이전한 가게와 전 위치 사진이 없고, 보낸 사진도 너무 작아서 반려되었다기에 다시 가서 찍었다.

출출한 배도 만두로 채울 겸해서...

아직 사진 보낼 줄을 모른다. 늘 아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컴퓨터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내가 잘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자신이 없다.

급한 마음에 부장님께 승인 받을 시간도 없이 시니어매일 사무실을 찾아갔다. 무식이 용기를 주는 일도 가끔은 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단장님과 부장님께 모르는 부분을 좀 배우고 나니 한결 맘이 놓인다.

'박기자님, 여기 의자에 앉아서 자판 한번 해보세요'라며 자리를 내주신다.

눈도 어둡고 긴장도 되었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더듬더듬거린다. 한참을 보고 계시더니 하신 말 '기자님 자판연습부터 하셔야 겠습니다.

오래하고 바로 하시려면 천천히 더듬거리더라도 바르게 하셔야 합니다.'

뒤통수 한번 세게 맞았다. 아 참 결혼 전 직장생활할 때 타자수였지 ...

내가 의심스럽고 부끄럽다

혹시 동영상 찍어 놓은게 있으면 한번 봅시다 하기에 유투브에 올린 것 좀 있습니다 면서 몇 편 보여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가 박기자님께 동영상 좀 배워야 겠습니다 라면서 덤으로 3.1절 행사 사진도 동영상에 올려 주셨다.

오늘은 운좋게 내 기사 2개가 오르는 잊지 못할 행운의 날이다

열심히 타법도 익히고 묵혀놓았던 써놓은 글들을 한편 한편 더듬거리며 저장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날을 그리워하며 추억속을 헤메고 다니다보면 또한편의 자서전이 되고

자리도 좀 익히게되니 꿩먹고 알먹고다.

조금만 일찍 시작했더라면 이런 어려움과 창피함은 없었을텐데 아쉽다.

중앙도서관에서 조병렬 선생님께 수필도 배운다.

잘하지는 못해도 신춘문예에도 도전해서 나의 프로필에 수필가 박영자라는 이름도 추가하고 싶다., 3년후면 내 나이77세 그때는 자서전도 한권 내고싶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첫날 멀리서 뵙던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안경을 쓴 모습이 꽤 연륜이 있어보이고 거리감이 있어 보이던 단장님이 다시 보인다. 감사를 드린다. 내게 실타래를 풀어주신 분이며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신 분이다.

나의 인생2막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시작이 지금이다.

2019-03-21 11: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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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기자 2019-03-25 16:17:24
기자님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