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글마당 시니어매일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신문입니다. 참여하신 독자께는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황혼(2) / 이정규
문틈을 밀고 들어온 서늘한 바람이
계절에 흐느낌인지
붉은 등불 하얗게 밤새우며
처마 밑 풀 벌레 우는 소리 들리니
인생사 낙수처럼 흘러내린다
이끼 피워 난 문설주에
촉촉한 이슬들이 진을 치고
초가 위 둥근 박이 달빛에 오르니
잊힌 고향 생각 절로 나네
연분홍 두견화 입에 물고
그 언제쯤인가
가슴 두근거리며 스치듯 바라본
여인의 향기는
빛바랜 그리움 하나로 남았건만
애잔한 인고의 세월이 무상하여
지난 날들을 회상하니
버리고 싶지 않았던 시간
흘러 가버린 낙숫물처럼
회한의 숙면에 묻혀 잠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