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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야!
icon 김외남
icon 2020-08-03 10:35:54  |  icon 조회: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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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야! 내말 안 들려, 내가 누나니까 먼저 해야 된다고.”

“내가 먼저 물조리에 물을 담아 왔잖아 그러니까 내가 먼저 내 나무에 물 줄거야.”

" 내가 먼저 해야 돼, 할머니가 동전 줄 때도 차례대로 주잖아. 그리고 내가 누나 잖아, 내가 먼저해야 된다고 .내 말 안 들려 ‘

작은누나의 째려보는 눈홀김이 90도 아니 180도로 돌아갔다.

“들린다고, 잘 들려. 나보고 자꾸 새끼,새끼 하지마. 내가 새끼면 작은 누나는 어미냐고. 나는 새끼 아니거든?”

지지않는 5살 동생의 댓구가 명품이다.

유치원에서 막 돌아온 두 녀석이 작은 물 조리개를 사이에 두고 맛 대거리 하는 모양새가 가관이다.

봄에 벗지 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인경 나무>’ <‘민석 나무>’ 이름표도 달았다.

“ 매일매일 유치원 갔다 와서 자기 나무에 물 주어라. 그래야만 벗지가 많이 열린다. 누구 나무가 더 잘 크는지 지켜 볼 거야. 너희들 맛있는 벗지 먹어 봤지. 물을 부지런히 주면 내년이면 꽃이 피고 맛있는 벗지가 달려서 빨갛게 익을거야. “

할머니 말을 믿고 물주기 경쟁이 붙었다. 오늘도 대문안에 들어서자마자 바쁘게 유치원 가방을 계단에 던져놓고 작은 물 조리의 순번을 두고 다투는 중이다.

물 조리를 들고 옥신각신 하는 사이 물은 엎질러졌다.

인간은 공격본능이 있기 마련인가. 거실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면 육박전 까지도 한다. 키가 비슷하니까 담박에 누나의 찰랑한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덤빈다. 남동생 머리카락은 짧아서 쥘것이없다. 얼굴을 할퀴며 방어한다. 일 년전 얼굴에 손톱자국 냈다고 혼이 난 뒤로는 작전을 바꿨다. 유치원에서 학습이 되었는지 인격이 생겼는지 육박전은 피하고 말로서 꾀로써 동생을 제압한다.

신기하다. 어쩌면 40년 전 연년생으로 자라던 고만한 때 제 애비와 제고모가 다투던 거랑 꼭 같을까. 두 그루 벗지나무 움이 양쪽에서 뾰족이 내밀고 지켜본다.
2020-08-03 1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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