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리조트 컨벤션센타에서 열린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8.21∼23)에 다녀왔다. 학회에서 지인의 권유를 받아 논문 발표와 회의를 마치고 대학원생들과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답사하였다.
오대산(五臺山)은 강원도 평창, 강릉, 홍천에 걸쳐져 있는 영산(1,563 m)으로서, 소금강 또는 청학산으로 불리우며, 1975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월정사(月精寺)는 오대산 기슭에 있는 조계종 제 4교구의 본사로서,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가 창건했는데 한국전쟁 때 불에 타서 중건되었다. 상원사(上院寺)는 월정사의 말사이며, 비포장도로인 오대산로를 약 8 km 정도 올라가는데, 월정사와 달리 한국전쟁 중에 화재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승용차로 학회에 참석한 제자와 의기투합하여, 총회와 학술 논문 발표를 마치고 대학원생들과 같이 답사를 나섰다. 알펜시아를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거의 20 분가량 내려가다, 월정 삼거리에서 오대산 방면으로 접어들었다. 누렇게 변한 배추들이 널려 있는 밭데기들을 보며 시름에 잠기는 동안, 차는 오대산 경내에 들어섰다.
주차료와 입장료를 지불하고 월정사를 지나쳐서 상원사로 향하였다. 녹음 짙은 계곡을 구경하면서 비교적 평탄한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통과하여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심코 차단봉이 내려져있는 오대산로를 걸어서 7, 80m 정도 걸어서 올라가는데, ‘내려 오세요’ 하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오대산로는 미륵암을 지나 홍천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이 길로 상원사를 가려고 하면 상당한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주차장의 반대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5백 미터 정도 올라가니, 상원사 일주문의 가파른 돌계단이 나왔다.
상원사(上院寺)에는 세조 임금의 일화들이 다수 전해진다. 임금이 관대걸이에 옷을 벗어 두고 계곡에서 혼자 목욕을 하는 데, 동자가 나타나서 등을 씻어 주었다. 이에 “내 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하니, “문수동자를 만났다고 말하지 마세요” 하고 대꾸하면서 동자가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임금은 피부병이 완쾌되어 절을 다시 짓고 ‘문수전’(文殊殿)으로 이름 지었다. 한편, 세조가 법당에 드는데 난데없이 고양이가 나타나서 길을 막아 법당을 조사해보니, 자객이 나왔다. 임금은 고양이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절에 묘전(猫田)을 내리고 석상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상원사의 동종(국보 제 36호)은 신라 성덕왕 때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종이다. 몸통에 새겨진 비천상 문양은 정교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일화가 그려진 탱화들을 돌아보며 일주문을 나서니, 멀찌감치 태백산맥이 달리고 있다.
오대산로를 내려오면서 차에서 내려 출렁다리를 건너서 선재 길로 들어섰다. 선재 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통과하는 오대산의 주된 트레킹 코스이며, ‘선재(善財)’는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 동자에서 비롯되었다. 화전민 터를 지나 계곡 숲을 산보하고 발을 담구며,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교수님 덕분에 학회에 와서 힐링하고 갑니다”하는 덕담에 깨어나서 다시 월정사로 내려 왔다.
월정사(月精寺)는 신라 때 창건되어 고려조를 거쳐서 조선조의 억불 정책에도 번성할 만큼 우리나라 불교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팔각구층석탑(국보 제 48호)과 석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 석조보살좌상 등의 문화재가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적광전(寂光殿) 바로 뒤 숲에 소나무들이 마치 거대한 반송처럼 보기 좋게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일주문을 나와서 오대천을 오른쪽으로 하고 넓직한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전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트(phytoncide) 성분들이 전신에 스며들면서 날아오를 것처럼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석양을 등지고 돌아오는 얼굴들이 모두 발그스레 물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마음과 몸에 도움이 되는 공부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어제 이용한 공유차량(S카)을 지정된 평창역(S zone) 주차장에 반납을 요하는 전화를 받고 공유차량을 찾아서 일행들과 같이 다녀왔다. 스마트폰으로 차문을 여는 등, 체험을 공유하면서 모두들 즐거워했다.
뜻하지 않게, 지인의 권유와 도움으로 명승지를 구경하고, 힐링 하고, 4차 산업 시대를 들여다보았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공자님 말씀을 다시금 깨닫는 한나절이었다.
기해년(己亥年) 처서(處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