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동체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든다
"지방이 잘 살아야 미래가 있다"
지방분권이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길
마하트마 간디는 물레를 돌려 손수 짠 옷감으로 소박한 인도 전통 옷을 만들어 입었다. 간디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을에서 만들어지거나 생산된 것은 먼저 그 마을 사람들이 사용해야한다. 공동체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재화나 다른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외부에서 사들일 수 있다. 간디는 말했다. “진정한 인도는 몇 안 되는 도시에서가 아니라 70만개의 마을에서 발견될 수 있다. 마을이 붕괴한다면 인도도 붕괴할 것이다”
간디가 이야기한 그 말의 바탕에는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대량 생산된 직물을 인도에 무차별적으로 공급한 영국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깔려 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경제는 여전히 삶의 깊은 뿌리와 분리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보는 이미지도 사실 작은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해상도는 1인치 안에 몇 개의 픽셀로 구성되어 있는지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당연히 픽셀 수가 많을수록 해상도는 높아지게 되고 이미지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이루는 예를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사람을 비롯한 모든 富는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시별 총인구수만 보더라도 서울과 6개의 광역시를 제외하고 백만이 넘는 도시는 수원, 창원, 고양, 용인의 순으로 나타난다. 경남 안에서 비교하더라도 창원과 남해군의 경우 인구수에서 약 27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부의 편중현상을 해결할 대안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11월 14일 한국문화분권연구소(소장 김태용)가 주최한 ‘문화분권’의 출판기념회가 대구문학관에서 있었다. 이번 문화분권 4호에는 본지 기자로 활동 중인 황환수 기자의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인간이 지닌 인격적 한계’도 실렸다. 출판기념회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두관 국회의원을 만났다.
‘지역이 살아야 문화가 산다’라는 주제로 강연한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에게 ‘자치 분권’과 ‘문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富와 계급의 대물림”
- 사람과 자본의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富의 불평등에 관한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 우리나라는 학력이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더불어 가는 사회는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있어야 명문대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우스갯소리로 치부했는데 요사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다시 그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큰 원칙은 맞지만 편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개인의 기록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 점을 악용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하자 강남의 집값이 들썩입니다. 풍선효과로 사교육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대생략증여’의 문제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세대생략증여’란, 조부모가 아들을 건너뛰고 곧바로 손자에게 증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러한 세대생략증여의 경우 과세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하여 할증과세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상가를 손자에게 물려주는 경우 증여세 절감 외에도 손자에게 상가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 상가 임대료 소득을 안겨줄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증여규모가 큰 경우 분산증여를 통해 세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요. 최근 5년 동안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세대생략 증여’가 2배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등학교만 나와도 손해 보지 않는 그런 사회구조를 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나오든 대학교를 나오든 급여 수준이 같다면 구태여 대학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부와 계급의 대물림 현상을 막는 방법은 사회구조를 완전히 새로 짜는 혁명적 수준의 개혁을 필요로 합니다. 개혁은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전체를 설계해야 공정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되려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정의롭고 결과는 공정해야 합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지방과 중앙의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방이 잘 살아야 미래가 있다.”
- 우리가 지방자치제를 시작한 지 20여 년이 넘었습니다. 대구는 그동안 고교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었습니다.
▶ 살림살이를 주도하는 구청장도 중요하지만 지방 공무원을 선출할 때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주장을 하는지 인물 됨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 교육 자치도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대구는 그동안 진영논리에 따라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급식’이지요. 우리나라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고등학생들 점심 한 끼를 챙겨주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고교 의무급식을 하게 되면 ‘로컬푸드’와도 연계되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이점이 많다고 봅니다.
단체장과 지방 의회가 책임행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전면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치분권’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대구의 예에서 보듯 의무급식은 대구 학생들이 먹는 것입니다. 다른 지방 학생들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진취적으로 서로 포용해야 합니다. 아직 그런 생각들이 많지요. 상대방에서 하는 것은 전부 가짜뉴스로 치부해 버리는. 이제 진영논리를 벗어나 미래를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스위스는 유럽 속 아주 작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가져오고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부도 따라온 것입니다. 저는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유기체입니다. 작은 지방정부가 활기를 찾아야 합니다. 지방자치를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됩니다.
“문화 분권과 언론”
- 문화와 언론에 대한 생각도 들려주세요.
▶ 언론의 책무는 정론직필입니다. 일각에서는 독자들이 언론을 바꾸자고 하는데 그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 대안으로 언론이 소유와 편집, 경영을 분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경우도 사주가 편집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방법으로 사실에 기초한 가치중립적인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언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긴 시간을 두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 분권’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통으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제안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나머지는 대구에서 합니다. 대구시의회에서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는다. 이 원칙만 지켜진다면 문화 분권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간디는 마을 공화국을 꿈꾸었다. 작은 마을공동체가 각각 주권을 가진 독립공화국이 되고, 서로 느슨히 연결되어 협력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마을이 세계를 구할 것이라 보았다. 간디의 꿈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