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설레임 가득! 마음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7시 30분 동대구역 인근 승강장 관광버스에 오르는 밝은 표정의 사람들. 이들은 의성신평중학교 2회 소띠 동기생, 1개월 여 후에는 인생 후반전 환갑을 맞이한다.
모임이 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달려온 사람, 새벽차를 타고 버스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산, 포항, 마산, 안동 등에서 함께한 사람, 모임이 너무 기다려지고 거리가 멀어 하루 전에 도착해 여관에서 숙박을 한 사람 등 힘들어도 모두가 반갑게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물으며 지난 학창시절로 되돌아간다.
권경익(남· 경북 구미시) 회장은 “학교 졸업 후 43년 만에 대구가 아닌 수도권에서 첫 모임을 함께해 기분이 설렌다”며 “행사준비를 위해 수고한 동기들께 감사와 오늘 행사를 통해 멋진 추억을 만들자”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 사춘기 시절 남녀공학 각 1반으로 학교를 다녔다는 이들은 그때 만해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핵하지 않은 동네친구들이 반은 되었다며 시골에 누구 할 것 없이 형편이 고만고만했지만 그래도 이들은 행운아들이라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친구들과 뜨거운 포옹과 혹시라도 이름을 알지 못할까 졸업 앨범의 까까 단발머리 흑백 교복사진으로 명찰을 목에 걸고 그 시절의 추억과 설렘으로 오랜만의 만남에도 서먹함은 찾아 볼 수없이 금방 서로를 알아보며 존댓말 대신 이름을 부르며 살아온 보따리를 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영미(여·부산시) 씨는 “단벌머리에 교복을 입고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을 싸서 먼 길을 걸어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나이에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고 다행이다”며 “지금은 모교가 폐교되었지만 우리들의 우정은 영원하자”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지금은 나이든 어르신들이 지키는 고향이고 친인척이나 형제들도 도시로 떠나고 빈집도 많아 예전같이 않지만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속담처럼 고향 친구란 말을 듣는 순간, 어쩌면 학창 시절 함께 보냈던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아늑하고 조용했던 시골 경치, 이웃의 그리움과 친구의 소중함 등 많은 것이 바쁘게 살아오면서는 오늘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며 모두가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다는 마음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심일용(남·서울 양천구) 재경회장은 “먼 곳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한 친구들께 감사하고 즐겁고 멋진 시간을 가져달라”며 “부족하고 허물은 서로 이해하고 자주 안부를 나누며 건강히 다시 만나자”고 당부했다.
남한산성투어와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교가를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목청껏 부르며 정성껏 마련한 선물보따리와 아쉬움의 뜨거운 눈물을 나누며 ‘5학년 9반 알콩달콩 남한산성 초겨울 나들이’는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