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해결하는 한 방편이 되기를...
올해는 천간(天干)이 ‘경(庚)’이고, 지지(地支)가 ‘자(子)’인 경자(庚子)년이다. 갑자(甲子)에서 시작하여 계해(癸亥)로 끝나는 육십갑자의 37번째에 해당하지만, 자(子)는 십이지(十二支)의 첫해이고, 서기 2010년대에서 20년대로 바뀌는 첫해기도 하다.
결혼해도 자식을 낳지 않거나 낳아도 하나뿐인 요즘, 대구 수성구에서 친척의 아기 돌잔치가 있어 참석하였다. 아기가 태어나서 맞은 첫 생일잔치였다.
돌잔치는 많은 하객의 축하를 받으며, 생후 365일 간의 성장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동영상을 보면서 시작하였다. 재치와 재미가 있는 스냅 사진들을 차곡차곡 담아둔 영상에서 아이를 잘 키우려는 부모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연신 싱글벙글한 채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손자의 첫돌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기쁨과 행복은 어떤 것일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필자에게 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사회자는 돌잡이 상에서 소품 하나를 잡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이가 쉽게 잡지 않는 광경에 하객들은 조마조마했다. 결국 아이가 판사 봉을 잡자 이 함에 행운권 번호를 넣은 사람들의 함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행사 시작 전, 입구에서 행운권 번호를 반으로 찢어 하나는 축하객이 갖고 나머지 반은 청진기, 돈, 실, 마이크, 연필, 판사 봉, 건물이 각각 들어 있는 작은 함에 넣어두었었다. 나중에 오늘의 주인공이 돌잡이 상에서 잡는 물건에 따라 행운권 추첨함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도착하기 전에 함에는 이미 많은 행운권이 들어있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은 행운권이 들어 있는 것은 건물 함이었다. 실, 청진기, 판사봉 등이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의 연필 함에는 필자 부부의 것 두 장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첫돌을 맞은 주인공이 건물주가 되라는 의미로 돌잡이 상에 건물 소품이 등장했으리라. 건물에 세를 얻어 살아야 하는 사람보다 건물주가 되라는 좋은 뜻으로 풀이되지만, 돌잔치를 맞은 아이에게 부동산 취득의 소원을 빌어주어야 하는 이 나라를 외국에서는 어떻게 볼까 하는 점에서 잠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날 행사에는 행운권 추첨 외에도 퀴즈 등 여러 종류의 상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연소자에게 주는 상은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받았다. 부상은 장난감 자동차였다. 행사장에는 갓난아이가 별로 없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요즘 세태가 이곳에서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경제적 여건과 급속한 사고(思考)의 변화 등으로 결혼하기도 힘들어졌지만, 결혼해도 아이 낳기가 쉽지 않은 나라에서 아이의 첫돌은 그 자체가 큰 축복이고 자랑임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모든 국민이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이 끙끙거리며 걱정만 하는 사회에서 치르는 돌잔치가 앞으로는 사회적 축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환갑잔치를 거치면서 이제 더는 잔치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사람들의 수명이 연장되었듯이, 돌잔치도 그처럼 저출산을 해결하는 한 방편이 되면 좋겠다.
아기 아빠의 후배가 아기를 위한 만세삼창을 하면서 잔치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사회자가 부모의 소원을 묻자, 아빠는 건강이었고, 엄마는 행복이라고 했다. 이어서 돈도 빠뜨리지 않자 하객들 사이에서 또 한 차례 웃음판이 터졌다.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만큼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온 인류가 바라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부디 바란다. 그리고 튼튼하게 자라 100세 시대에 오늘처럼 건강한 100회 생일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