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나’를 위하는 일상을 만들다
어르신 ‘나’를 위하는 일상을 만들다
  • 김미옥 기자
  • 승인 2020.03.02 21: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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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사태 속에서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상 이야기
75세, 법원 근처 거주하는 김 어르신
'나를 위해서'라며 김 어르신(75세)은 변함없는 일상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미옥 기자

 

나를 위해서입니다."

동네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모자와 장갑으로 무장한 어르신을 만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모두 몸을 낮추는 시기에김모(75) 어르신은 법원에서 신천동로까지 매일 운동을 다닌다. 아침 식사 후에 930분부터 1130분까지 걷기 운동을 하고,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산을 오른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1시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야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지금처럼 모두의 일상이 얼어붙은 시기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는 이유를 묻자 나를 위해서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밥 먹고 소화 시키고, 운동하면 밥맛도 좋고, 모두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죠.” 시니어매일 어르신들을 위해 건강을 챙기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그저 나를 위해서 꾸준히 일상을 이어갑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뒤돌아선다.

마음을 닫은 동네는 움직임이 없다. 구 신천시장 앞 사거리에서 두 시간 정도를 지켜보았다. 평소 같으면 가족 단위나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지만, 지난 몇 주 전부터는 조용하기만 하다. 혹시라도 동네를 산책하는 어르신을 더 만날 수 있을까 해서 범어3동 경로당 근처를 찾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임시 폐쇄기간을 연장합니다라는 공지문만 붙어 있다.

동네 앞으로 더 걸어가 보았다. 사람이 없다. 평소의 휴일 오전 10시를 지난 시간이면 제법 많은 사람이 미용실과 음식점, 과일 상가 등을 이용하느라 분주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다르다. 횟집을 운영하는 식당 간판에는 코로나 사태로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고, 그 옆의 생선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네 수퍼마켓은 상황이 좀 달랐다. 유제품류와 냉동식품이나 간편식 중에는 이미 품절상태가 제법 눈에 띄었다. 요즘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이용객이 많이 늘었다고 귀띔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마음을 얼어붙게 하더니 일상을 바꾸고 있다. 3월 첫째 날, 아파트 단지 내 벚나무는 화사한 색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둘러보는 사람이라곤 없다. 텔레비전에서는 삼일절 행사가 진행되고, 그 의미를 담으려는 듯 벚꽃이 피어나는 이때, 진정 '나를 위하는 일'은 무엇이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