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김영길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장서 산책] 김영길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03.04 22:2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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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전대미문의 이 전염병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완치될 확률이 높다. 코로나19로 평상시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전 4권의 건강서적이다. 1, 2, 4권은 각종 간질환, 난치병 치료사례, 3권은 저자가 2005년 1월부터 한반도 남쪽 해안선 7천 킬로미터, 백두대간, 히말라야 산길을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극단적이고 단언적인 제목 때문인지, 걷기 열풍 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탁월해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대부분 초판으로 끝나는 건강서적 시장에서 판을 거듭하고 있다.

저자인 화타 김영길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때는 발명가, 사업가, 재야 운동가로 살아온 경력이 있다.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한의원이 아닌 ‘화타 한약방’을 경영하고 있으며, 그동안 저자가 발명한 가열순환제와 자연치료법으로 무려 1만 여명의 간질환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는 ‘모든 병의 근원은 간’이라고 생각한다. 간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간경변을 비롯한 각종 간질환, 암, 당뇨, 디스크, 피부병, 골다공증, 비만증, 실명, 기관지 천식 등 온갖 병이 다 발생한다.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방태산이나 개인산 등을 하루종일 걷게 하기, 약초꾼이나 심마니 따라 다니며 약초캐기, 자연식, 식사 조절, 한약 처방, 가열순환제로 기순환 촉진시키기 등이다.

아픈 곳이라고는 없는 기자가 관심을 가진 내용은 화타 선생의 각종 치료사례가 아니라 산골 화전민이나 심마니 등의 생활이었다. 하루종일 뼈빠지게 일하는 개똥이 아버지, 1996년(1권의 초판 발행연도)에 76세인데도 ‘약초 아저씨’로 불리는 노인, 75세에 낳은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러 상남면사무소에 들린 김씨 할아버지, 70대 노부부의 소 아홉 마리가 구르는 소리, 방태산 마지막 산아비 박노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60대인 기자가 70~80대에도 이런 노인들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건강 서적은 독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기자는 이 책을 읽고 저녁 식사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기자는 평소 술과 음식을 좋아하고 하루 세끼와 간식까지 빠짐없이 챙겨 먹어서 과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저녁을 많이 먹은 경우에는 식곤증으로 8시도 되지 않아 잠을 자거나, 10시까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하루에 몇 번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친구 중 한 명은 대학을 다닐 때부터 ‘니시요법’이란 책을 읽고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내무부장관과 동국대총장을 지낸 백성욱 박사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고, 무위당 장일순은 하루 한 끼 식사만 하였다.

저자의 식사에 대한 견해는 다음과 같다. ‘아침은 양껏 먹고 해가 진 다음에는 일체 식사를 하지 않는다. 식사를 한 후 식곤증을 느끼면 과식했다는 징표이다. 적정량의 식사란 식사 직후 100미터 경주를 해도 무리가 없는 상태의 식사량을 말한다. 밥 한 숟가락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1권 79쪽). ‘체중이 1kg 늘어날 때마다 혈관은 그 길이가 1마일(약 1.6km) 늘어난다고 한다. 말하자면 살이 찌는 것 만큼 두뇌 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할 에너지가 혈관을 유지하는데 쓰이는 것이다’(1권 94쪽). 1권의 목차 중에는 ‘아침 많이 먹어 비만증 없앤다’, ‘저녁을 굶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가 있다. 기자는 이런 내용의 글을 읽고 저녁을 먹지 않기로 하였다. 하루 세끼를 고집하는 아내는 저녁에는 밥을 먹지 말고, 삶은 달걀, 고구마, 우유 등을 먹자고 하였다.

건강 서적은 백 권을 백 번 읽어도 건강해지지 않는다. 건강 서적을 통해 자기에게 적합한 식사, 운동, 치료법 등 건강 유지, 증진 방법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10분간 걷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기자는 이 책에서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봉무공원 만보산책로를 67번째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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