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328 대구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민 자율 통제와 5대 수칙 준수로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종식하자는 적극적 대책이지만, 집 안에서의 해결책은 각 가정에서 세워야 할 일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시민생활 5대 수칙은 외출과 이동 최소화,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철저, 유증상시 1339나 보건소로 전화하기, 사회적 거리 두기, 심리적 거리는 가깝게 서로 안부 전하기로 쉽게 실천할 수 있지만, 가정생활 5대 수칙 설정은 각 가정의 몫이 되었다.
춘분(3월 20일)을 지나며 따뜻하고 청명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코로나19의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이다. 그간 외출을 자제하던 상당수의 시민은 갑갑한 마음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내나 야외 봄나들이도 조심스레 한다. 때맞춰 확진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를 뚜렷이 보인다. 이에 대구시는 “아직은 방심할 수 없다. ‘328 대구운동’에 꼭 동참하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생기고, 초·중·고·대학의 개학도 전례 없이 크게 연기되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아예 외출을 자제함으로써 상점과 거리는 전보다 훨씬 한산해졌다. 집 안에서의 모습과는 별개다.
지난달 24일, 미국 ABC 방송의 이언(Ian Pannell) 기자는 대구 거리의 모습을 ‘평온함’으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의 진앙지’라는 제목의 현장 취재수첩(Reporter's Notebook)을 통해서 “이곳(대구)에서는 공황 상태가 없다; 폭동도 없고, 많은 감염환자를 수용하고 돌보는 데 두려워 반대하는 군중도 없다. 그 대신 극기심 있는 평온함과 고요함이 있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고, 모든 학교는 폐쇄 상태다. 대부분의 시민은 집에 머물러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렇다. 그의 표현대로 지금도 시민들은 대부분 집에 있다. 그러나 고요해진 거리 모습과는 달리, 집 안의 상황은 심하게 복잡해졌다. 학생인 자식들은 온종일 집에서 보내고, 직장인들도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 들어와 가족이 함께 안전한 집밥을 선호하게 되었다. 한산해진 거리와 식당 대신 집 안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이 모습이 어찌 오붓하고 좋기만 하랴! 좋아진 점도 있거니와 무척 힘들어진 점도 함께 생겨났다. 병원에서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려내려는 의료진들의 사투가 벌어지는 동안, 집 안에서는 주부들이 가족을 돌보느라 매일 진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을 연기한 학교에서는 비록 온라인 과제를 내주지만, 이를 대충 해결하고 PC방에 가거나 집에서 게임에 빠진 철부지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살피자니 부모는 속이 탄다. 심지어 공부는 제쳐두고 노래방까지 가서 살판(?)난 학생도 있다고 하니 타들어 가는 부모의 속마음은 오죽하랴?
이뿐인가? 가족 누군가가 구성원의 삼시 세끼를 준비하면서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돌식!’은 돌아서면 식사 준비라는 것이며, ‘집콕돌밥녀!’는 집에 콕 처박혀 돌아서면 밥하는 여자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다. 장보기조차 쉽지 않게 되었다. 사람이 붐비는 대형 매장에서도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여유를 부리며 오래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배달도 늘어났다.
수십 년 전의 풍습과 달리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정의 일을 분담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집 안에서 가정주부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집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 여러 요양병원에서 집단 확진자가 다시 나타나고,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젊은이가 위중한 상태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다시 집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돌식!’과 ‘집콕돌밥녀!’의 역할이 새롭게 커진 것이다. 집 안에서의 전쟁은 언제까지 지속할까?
하루속히 걱정을 멀리 날려 보내고, 따듯한 봄을 기대하자.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