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코로나 전쟁
마스크와 코로나 전쟁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4.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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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마스크 문화

해가 질 무렵의 재래시장은 요즈음 같아도 활기가 있다. 시장은 큰길 건너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어서 횡단보도 앞에는 늘 북적인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웬 노파가 자꾸 기웃기웃한다. 인기척에 부인이 돌아보자 노파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눈치만 보던 또 다른 여인이 가세하여 깔깔거리더니 파란불이 되자말자 이내 아파트 안쪽으로 사라진다.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비대면 업무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어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고 눈치 보기만 늘어간다. 마스크 위로 눈만 빼곡히 내놓고 주위를 살피거나 행인들을 흘낏거리는 의심암귀(疑心暗鬼)가 되어간다. 지인들도 긴가민가한 채로 지나치고, 게다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니 멀찌감치 떨어져서 말 부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다닌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 유럽에서는 의사가 새 부리 같은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치료하러 다녔는데, 긴 부리 안에 말린 허브 가루를 넣었다고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의 존재를 알 리가 없던 중세 사람들은 나쁜 공기로 질병이 전파되기 때문에 허브 향기에 공기가 정화되어서 질병이 예방된다고 믿었다. 타임(thyme), 세지(sage), 파슬리(parsley), 로즈마리(rosemary)와 같은 허브는 서양 민요에도 등장하며, 항산화,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들이 강하여 식의약품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의사(위키백과)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의사(위키백과)

 

보건용으로 마스크를 일반인들이 착용한 것은 스페인독감 이후이다. 스페인독감의 발원은 분명하지는 않으나, 1차 대전 중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전 인구의 30% 정도가 감염되어 약 14만 명이 죽었다. 당시는 독감의 원인을 몰라서 사람들은 전적으로 마스크에 의존하였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행인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주로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쓰다가 스페인독감 때부터 일반인들이 보건용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환경 공해와 매연이 심한 동남아와 중국에서도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스(SARS)가 크게 유행한 홍콩에서는 감염병 예방에 마스크 착용이 의무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가 방한용으로 쓰이다가 사스, 메르스(MERS)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크게 유행하고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이 되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마스크가 생필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감염자의 목과 기관지를 통하여 폐에 침투하여 심각한 염증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침과 콧물에 의해 비말 상태로 공기 중으로 전파되므로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손 씻기와 함께 마스크 착용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유증상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해서 그 가족과 밀접 접촉자들이 감염을 면하게 된 사례들이 매스컴을 타고 있다.

 

서구권에서 마스크는 선한 역할을 하는 의인과 구원자, 악한 역할의 파괴자와 독재자의 양면성을 지님과 동시에 익명성까지 지닌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되어왔다.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도 수술하는 의사나 환자만 착용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더욱이 아랍권의 무장 단체들에 의하여 자행된 미국과 유럽 도시들의 테러 행위로 인하여 지하철과 도로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를 금하는 법률까지 제정되었다. 코로나19 전파 초기에는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들이 노상에서 백인 청년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 감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정부들이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은 것은 범국민적 수요에 대하여 생산과 유통 등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각국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예체능계의 셀렙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들을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올려 자신들의 페르소나(persona)를 과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부족한 마스크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는데, 수백만 장 분량의 화물들이 도중에 사라지는 등, 마스크 수급 대란이 국가 분쟁으로 까지 비화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시 법률인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령하여 기업에 마스크 생산을 독려하고 있으며 타국에 수출까지도 억제하고 있다. 한편 산업계는 더욱 편리하고 기능적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마스크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명품회사들도 다양한 마스크 패션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진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120만 명을 초과하였으며 사망자 수는 6만 명 이상이 되었다. 무증상자나 집계되지 않은 환자들을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 수는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백색 마스크의 물결로 막강한 코로나 군단을 오대양 육대주에서 에워싸고 궤멸시키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세상 사람들이 모두 기대하고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학익진(鶴翼陣)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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