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권자의 관심
아침저녁 자동차 행렬이 줄을 지은 네거리에서 깊숙한 인사와 함께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무심히 걷고 있던 길거리나 시장 통에서도,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며 고개 숙이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도 어느 후보와 정당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참정권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신경을 쓰다 보니, 거리에서 유세현장을 만나는 일은 어려워졌다. 따라서 방송이나 인터넷, 유인물 등을 통해 선거연설이나 토론과정을 시청하고, 공약(公約)을 확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후보자들의 뜻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교통 불편이 해소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살맛나는 나라가 될 것 같다.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반드시 할 수 있는 일과 꼭 해야 할 일보다는 내세우기 좋은 겉치레가 우선인 후보자들. 어찌하여 수요가 없는 곳에 학교를 짓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지하철을 건설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려는 것인지. 마구 뿌려지는 선심성 복지 예산은 어디서 솟아나는 것인지. 터무니없이 거창하거나 황당한 공약들 앞에 머리가 어지럽다.
다양하고 빠른 정보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된 만큼 이제는 선거제도도 상황에 맞게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후보자 등록 때 공약 사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타당성, 예산수급의 적정성, 구체성과 현실성, 기대효과 등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하도록 한다면, 그렇게 무책임한 약속을 쉽게 남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후보가 있으면 좋겠다. 국민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며, 생색내기보다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는 마음이 따뜻한 후보.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알며,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후보.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 대책, 취약계층과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자세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권자의 관심과 역할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며,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등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여 법질서를 지키는 중요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일인 만큼 후보자들의 역량과 정견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정당과 정파, 이념을 앞세워 끊임없이 다투기를 일삼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차라리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TV 뉴스를 보다가도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고 할까.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만심과 내로남불. 사사건건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며, 말 바꾸기와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등으로 얼룩진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비난은 비난을 낳고, 칭찬은 칭찬을 낳는다. 비난을 하는 것도 습관이며, 칭찬을 하는 것 또한 습관이다. 이왕이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은 인격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이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는 선거기간 동안 보여주었던 정치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모습을 의정활동 중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