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석달] 정재화 어르신의 일상
[코로나19 석달] 정재화 어르신의 일상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4.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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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시는 정 어르신은, 연세에 비해 매우 감성적이고 활동적인 분으로 보였다.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말씀이 기자의 뇌리에 남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시는 정재화 어르신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신의 달라진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봉조 기자

보이지 않는 침입자 ‘코로나19’는 많은 일상을 흔들어놓았다.

특히 2월 18일 이후 대구와 경북(청도)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시‧도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최고조에 달했다. 4월 들어 사태가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였고, 갇혀 지내던 시민들이 조심스럽게 외출을 시도했다.

햇볕이 내려쬐는 따스한 봄날, 대구 두류공원의 나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시던 정재화(76, 대구 달서구 두류동) 어르신을 만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달라진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로나19로 힘이 드셨을 텐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정말 안타까운 시간들이었지요. 몇 개월이나 외출을 못하게 되니 짜증이 나고, 우울하고, 맛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아까운 나날인데, 코로나19가 모든 삶의 의욕과 열정까지 빼앗아버렸어요.

-앓고 계시는 지병은 없으신지요?

▶7학년 후반이면, 한두 가지 지병은 갖고 있는 게 정상 아닌가요. 오랫동안 당뇨와 관절질환 등 기저질환과 함께 지내고 있으니, ‘고위험군’이지요. 그래서 매일 공원 산책을 생활화하고 있었어요.

-혹시 코로나 사태로 변화된 일상이라도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생각해보니, 변화가 있기는 있었네요. 아직도 저는 소녀적인 감성으로 영화감상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강의 듣고 책 읽으며, 자연을 벗 삼아 걷기도 하는 등 외부활동을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연인처럼 따뜻하던 일상들과 이별하게 되었으니 오죽 답답했겠어요.

그래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붙박이장 속에 숨어있던 스텝박스, 요가매트 등 운동기구를 꺼내놓았지요.  또 쓰레기 분리배출을 위해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가 올라갈 때는 12층까지 일부러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연습도 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운동이 될까 싶었지만, 차츰 횟수를 늘리다 보니 땀이 나고 다리에 힘도 생기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 성과는 좀 있으셨나요?

▶책 읽고, 영화 보는 것은 집에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지병을 위한 운동은 대체하기가 어려웠어요. 매일 자고 나면,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매스컴의 기사로 확인하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평상시에는 안부도 묻지 못하고 지내던 외국에 사는 조카들이 소식을 전해와 뜻밖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반갑고 고맙기도 했어요.

뒤돌아보니, 코로나19 사태가 혼란과 공포만 주고 갔던 것은 아니었나 봐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즐기고 느꼈던 이전의 모든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를 깨닫게 하고, 최첨단 디지털 문화 속에 사는 우리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반성도 해보게 하는 좋은 교훈을 준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 같네요.

 

정 어르신은 연세에 비해 매우 감성적이고 활동적인 분으로 보였다.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교훈을 얻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말씀이 기자의 뇌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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