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재활활동 과제 부여 등으로 원격 케어
“이 난리가 언제 끝나려나?” 코로나19 사태로 8주째 방학 아닌 방학을 보내고 있는 기억학교 어르신들.
13일 오후 1시, 대구 동구 신암동 청기와 아파트에 미니스쿨버스가 도착했다. 양손 가득 주렁주렁 물건을 든 선생님이 차에서 내려 김외택(95) 어르신의 집을 노크했다. 진명기억학교 허소원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김 어르신의 생활을 체크하고자 직접 집으로 찾아 온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3월말까지는 멀찍이 현관에 서서 어르신과 눈만 한 번 맞추고 떠났다. 그가 오늘은 작은 화분까지 들고 와 “어르신, 심심하실텐데 이 상추, 예쁘게 길러보세요”라며 다정하게 대화도 나누었다.
“이것은 친구들의 편지를 한데 모아 만든 거예요” 허 복지사는 동료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어르신들의 쪽지편지를 큰 종이에다 붙여 인쇄한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김 어르신은 눈 앞에서 친구들을 만난 듯 기뻐했고 허 복지사는 안도의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진명기억학교 직원들은 주 2회 이처럼 간식과 과제물 등을 들고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한다. 매일 안부전화도 빠뜨리지 않는다. 허 복지사는 “우리 어르신들이 착실하게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지켜 주셔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셔 참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다음 방문할 학생 집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김 어르신의 집을 빠져나갔다.
대구시가 치매예방 특화프로그램으로 개설한 ‘기억학교’는 한마디로 말하면 ‘치매예방기관’이다. 대구거주 60세 이상의 경증치매질환을 가진 어르신 중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15개교가 개설되어 있으며 6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기억학교는 코로나가 대구를 급습한 지난 2월 20일부터 2주간 휴교에 들어간 것이 무기한 연장되어 아직 개학날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기억학교 선생님들은 방학 중 어르신들을 유선으로 케어하는 것은 물론, 비대면 가정방문으로 손소독제, 마스크, 생필품을 제공하고 어르신들이 집에서 스스로 인지재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교재와 교구들도 공급해왔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기관 구석구석을 방역하고 청소하여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