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1시간 이상 진행하던 코로나 브리핑을 지난 4월 25일은 20분 만에 끝냈다. 자외선을 몸에 쬐고 소독제를 몸 안에 주사하자는 황당한 발언 때문이었다. 민주당에서는 ‘돌팔이 약장수’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스티븐 한(Stephen Hahn) FDA국장은 대통령에게 “아니오. 저는 소독제를 몸 안으로 넣는 걸 절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라고 부적절한 소독제 사용을 경고했다.
이 말에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는 ‘기자들을 비꼬는 말’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지 않아도 잇단 즉흥 발언과 말 뒤집기로 생겨난 ‘트럼프 리스크(위험성)’가 재연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의 브리핑을 신뢰하는 미국인은 23%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증명하는 후폭풍이었다.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대통령의 언행이 가뜩이나 버거운 코로나와 전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말과 글에는 크게 나누어서 두 가지 바이러스가 있다. 행복 바이러스와 불행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행복 바이러스는 화자(話者)의 말과 글이 청자(聽者)들에게 기쁨과 따스한 행복감을 주는 말이고, 불행 바이러스는 그와 정반대이다. 이번 트럼프의 소독제 주사 발언은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국민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을 주는 것이었다. 말은 의미의 진실성, 합리성뿐만 아니라, 그 말의 심리적 배경인 ‘말의 의도’도 중요하다. 트럼프는 기자들을 비꼬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변명하여 한층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 기자들을 선의로 대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화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였다. 트럼프의 살균제 주사 발언은 합리성과 말의 의도(意圖) 두 가지 측면에서 나쁜 바이러스였고, 이는 전 세계 모든 청자들의 가슴에 돌을 던진 것이었다.
필자는 앞의 글에서 “말은 마음의 호흡”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기를 마시고 내쉬는 호흡(呼吸)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일상생활의 상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늘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吸), 나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는(呼) 말과 글이 필요하다는 사실에서 그러하다. 그러니 말의 호흡이 건강하고 선해야 한다.
말의 선한 바이러스,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약(藥)이 되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원폭이 투하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있었던 나가이 다카시(永井隆,1908∼1951) 박사의 기도문 한 구절이었다. 1945년 8월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그날 하루에 4만 명에서 7만5천 명으로 추정되는 나가사키 시민들이 즉사했다. 이 도시는 1945년 말까지 총 8만여 명이 사망한 처참한 폐허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우라카미 성당 미사 신자들을 대표한 기도에서 ‘이번 대참사는 저주의 비극이 아니라, 대속(代贖)의 영광’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처참한 비극은 그 동안 누적되어온 일본인들의 탐욕, 상대편을 죽이며 말살시키려는 인류의 ‘모든 죄악을 대속하는 십자가의 축복’이라고 해석하는 대전환이었다. 그 저주 받은 도시가 '대속의 축복'이라는 그의 말은 한 줄기 폭탄처럼 뜨거운 긍정의 바이러스가 되어 전후 일본을 살리는 명약(名藥)이 되었다.
그러나 나가이 다카시 박사 자신은 나가사키 의대 교수 생활 중에 얻은 방사선 과대 노출 후유증 백혈병과 그날의 원자폭탄 방사능 피해로 건강이 악화되어 일어나 앉을 수도 없었다.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자!(如己愛人)’ 라는 그의 작은 집, 여기당(如己堂)에 누워서 긍정의 바이러스로 많은 글을 썼다. 1949년 5월에는 히로히토 일왕의 방문을 받는 영광도 있었으나, 그후 44세의 나이로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와 같이, 말과 글은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대형 화면처럼 나타난다. 요즈음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5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집, 인간관계)’, 여기서 ‘꿈과 희망’까지 더 포기하는 ‘7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정말 섬뜩하다. 말이 생활을 변화시키고, 생활이 다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청년들이 살아나고 나라가 살아나서 우리 말의 긍정 바이러스로 풍성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