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읍내동에 위치한 칠곡시장을 찾았다. 대구의 칠곡이라는 지명이 경상북도 칠곡군과 혼동이 된다. 그 이유는 칠곡이라는 지명 때문이다. 경상북도 칠곡군 칠곡면으로 있다가 1980년 대구시로 편입되었다. 태전동, 읍내동, 관음동, 동천동 등 행정동 명이 있지만, 아직까지 대구시내에서 팔달교를 넘어서 있는 동네들을 통틀어 칠곡이라고 부르고 있다.
칠곡시장은 1, 6일마다 장이 서는 전통시장이다. 칠곡시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한 기록도, 아는 사람도 없다. 추측컨데 100여 년 전 칠곡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으로 자리잡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칠곡이 대구시로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꽤 번창한 시장이었다. 장날이면 인근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곤 했다. 그러나 대구시로 편입되고 인근에 H대형마트와 농협의 H마트가 들어오고, 주위에 식당 생필품 가게가 들어오면서부터 점점 시장의 기능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시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소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전통시장이다. 2014년 4월 정부의 전통시장 현대화 계획에 의하여 칠곡시장에 비가림 시설과 일정 규모의 점포 62개를 개설하연서 시장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금은 칠곡장의 옛 모습은 없어졌지만, 새로운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날이면 어김 없이 시장 골목길을 따라 노점상이 펼쳐진다. 수십여 개의 노점상이 푸성귀나 생선,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주로 인근에 사는 노인들이다.
그런대로 운영되고 있던 칠곡시장이 서리를 맞은 것은 올해 덮쳐온 코로나19 때문이다. 출퇴근 길이면 항상 지나다니는 칠곡시장이 썰렁하기 짝이 없다. 우리 속담에 '장꾼보다 풍각쟁이 더 많다'는 말이 있다. 딱 그런 형편이다. 장을 보러온 손님보다도 상인들이 더 많다. 그 여파로 62개 점포 중에서 9개의 점포가 이빨 빠진 모습으로 텅 비어 있다.
그러다 4월부터 지급된 대구시 서민생계지원금의 덕택으로 다시 시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상인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물론 서민생계지원금으로 나온 온누리 상품권으로 장을 본다.
칠곡시장 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원 인테리어 홍광헌(53세, 관음동) 씨는 "칠곡시장 장날이 1, 6일 서는데, 거기에 3, 8일장을 추가해서 열기로 하였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러면 한 달에 6번 서는 장날이 12번 열리게 된다. 앞으로 정부에서 지원되는 긴급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생존자금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시들어 가는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그러나 편리성과 상품의 질, 다양성에서 자꾸 대형마트로 손님들이 몰린다. 하지만 전통시장에는 인정이 살아있다. 에누리와 덤이 있고, 웃음이 있는 전통시장을 우리가 지키고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