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며 야외 활동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고 있다. 밖으로 나가 운동하고 걷고 싶은데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대구에서 걸어서 가볼 만한 곳을 안내한다.
대구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 지형이라 한다. 그중 남쪽에 있는 산을 대구사람들은 앞산이라고 한다. 앞산에는 다양한 코스의 산책길이 많아 체력에 따라 선택해 걸을 수 있다. 느리게 천천히 걷다가 피곤하다고 생각되면 돌아오면 된다.
대구에 살면서도 앞산을 안 가본 독자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집을 나서보자.
남구 봉덕동 신천도로가 끝나는 지점, 그리고 신천이 만나는 앞산자락길에서 시작한다. 고산골 공룡공원을 둘러보고 용두토성에 올랐다가 심산수련장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체력이 된다면 산성산 정상(653.4m)까지 갈 수도 있다.
공룡공원과 토성을 오르고 심신수련장까지 가는 길은 폭이 넓고 공원 같은 곳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다. 남구 용두2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고산골 공룡공원이 나온다. 큰 공룡들이 박제한 듯 여기저기 서 있고 공룡 울음 소리가 들린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흔적을 볼 수 있고 공룡발자국 화석도 볼 수 있다. 호수 주변 퇴적암의 자연환경도 볼 수 있는데, 연중 쉬는 날 없이 무료로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을 찾은 홍봉선(66·황금동) 씨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2학년 손자 2명을 데리고 왔는데,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공룡마다 사진 다 찍어야 하고 다음에 또 온다며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난리를 부린다"며 웃었다.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안전한 곳이니까 한참 놀게 해도 좋은 곳이다. 어린이들은 공룡마다 다 만져보고 흉내도 내보고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가볼 곳은 용두산성이다. 대구에는 성이 많다. 달성토성, 가산산성, 용두토성이 있고, 대구읍성도 있었다. 공룡공원에서 10여 분 오르면 용두토성이 있다. 4~5세기 쯤 쌓은 성으로, 둘레 약 400m 정도이다. 지금은 돌무더기 흔적만 남아 있는데, 대구 남구청이 올해부터 복원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땅 모양이 용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두토성이라고 부른다.
용두토성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심신수련장인데, 이곳에는 출렁다리, 인디언의 집, 숲 미로찾기와 줄타기 등 모험시설이 가득하다. 어르신들은 쉼터가 있어 책을 읽을 수 있고 앉아서 휴식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휴식을 하고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더 오르거나 내려가기를 안내판 보고 선택하면 된다.
심신수련장에서 천천히 가도 한 시간 정도면 산성산 정상 항공무선표지소에 도착할 수 있다.
정상에서 만난 김만규(32‧북구 산격동) 씨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성산을 올랐다고 했다. 김 씨는 "일요일마다 일이 없으면 산격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성산을 오른다"며, "집까지 4시간이면 쉬어가면서 갈 수 있다"고 했다.
산성산에는 요소마다 긴급구조 안내 표지판이 있어 신고를 하면 구조 헬기가 오기도 한다.
산에서 내려오면 한 그릇 2천 원하는 콩나물 국밥집이 여기저기 있다. 집집마다 큰 가마솥에서 국이 끓고 있다. 숯불에 구운 고등어도 3천원으로 저렴하다. 값이 싸다고 깔보면 안 된다. 맛은 고급음식 못지 않다. 한번 먹어보면 다시 찾는다고 식당에 온 손님들은 한 목소리로 칭찬한다.
맛도 좋고 값도 싸고 더 바랄게 없다.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대구 남구 앞산 자락길, 그야말로 일석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