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을 적어 누구집인지 표시하기도
의흥예씨 집성촌인 우리 마을에서는 예전부터 택호를 부르고 있다.
백곡댁, 밀양댁, 기장댁, 안동댁, 명동댁, 화양댁, 신기댁, 냉정댁 등등
우리 의흥예씨가 아닌 타성이나 우리 마을에 귀촌하는 이들에게 택호를 붙여준다. 최근에 귀촌한 친정이 월배인 월배댁, 경주이씨인 경주댁이 그들이다.
돌아가신 어른들도 함자를 부르기보다 보림 조부님, 몬담 조부님, 창녕 조부님 등으로 불러 드린다.
지난 2018년에 창조적인 마을 가꾸기 마무리 사업을 하면서 업체에서 문패를 해주겠다고해서 사무장인 나는 모든 문패에 택호를 넣었으면 했는데 일부에서 다른 의견이 있어서 희망자만 택호를 넣어 만들어 드렸다.
평소에 친근하게 부르는 택호라 정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택배 회사에서나 비료 배달 등 낯선이들이 와서 물으면 새길 주소도 좋지만 택호로 누구집이다라고 가르쳐주면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더 정확한 위치를 알 수도 있다.
택호는 결혼해서 시집을 오고 얼마쯤 지나면 시어른들이 주선해 마을 어른들과 택호를 정한다. 택호는 친정 마을 이름으로 정하는 일이 제일 많다. 그런데 그 마을에서 먼저 온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본관을 사용하거나 또 연관있는 다른 택호를 짓는다.
본 이장도 처가가 성주군 벽진면 외기리 장기마을이다.
그런데 숙모님 택호가 성주댁이시다. 언니 되시는 분이 윗동네로 먼저 시집와 친정 마을인 율정댁으로 정해 숙모님은 성주 도씨라 성주댁으로 정하셨다고 한다. 우리도 처가가 성주라 성주댁인데 숙모님 때문에 벽진댁이나 외기댁을 해야하는데 조부님께서 장기리를 거꾸로한 기장댁으로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정했다. 마을 사람들은 미역이 많이나는 동래 기장인줄 알고 외우기 좋다고 거기냐고 묻는데 웃음으로 넘어간다.
택호를 지어 발표하면 당사자들은 약간의 금액이 든 봉투를 내서 동네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주로 한 사람씩 정해 소액으로 경로당에서 간단한 뒷풀이를 하는데 몇 해전 윗동네에서는 택호가 없는 근 10여 명의 젊은이들에게 집단으로 정하고 벽에다 정한 택호를 써 붙이고 정해진 금액을 일괄 모아 온 동민이 식당에 가서 회식을 했다고 들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항렬이 높다고 “누구야” 라고 이름을 부르거나 “누구 아버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마을처럼 택호를 정해 불러주면 좋겠다.
마을에서 문패를 만들며 택호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부 이름을 적거나 아들 이름을 적어 예쁜 문패를 만들어 걸어주었다.
예윤희 기자 yeay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