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 1932∼2006)의 첫사랑 편지가 조만간 책으로 출간되어 공개될 예정이다.
뇌졸중 병환 중에 첫사랑 유치원 친구에게 보낸 편지들로 그가 만든 콜라주 드로잉 작품이 공개되었다. 편지 가운데 그는 ‘술래를 피해서 창고 뒤에 같이 손잡고 숨어 있다가 춘(春)을 느끼어…’, 하고 고백하고 있다. 천재는 여러모로 조숙한 모양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남녀 간의 첫사랑은 대개 서로 다른 성징을 인식하는 사춘기부터 시작되는데, 동서양의 많은 문학이나 예술 작품들이 작가나 예술가들의 첫사랑에 의해서 창조되고 있다. 단테의 첫사랑이 ‘신곡’을 낳고,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브람스(Johannes Brahams, 1833∼1897)는 수많은 명곡들을 작곡하였다.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서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첫사랑을 맛볼 수 있다. 산골 마을의 소년이 서울 소녀와 나누는 맑고도 애틋한 사랑은 이내 소녀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사춘기에 겪는 첫사랑은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장 과정을 지나서 결혼에 이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렇지만 남성들에게 첫사랑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심리학적으로는 가장 처음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가 가장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는 초두효과(初頭効果)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게다가 다하지 못한 미완성의 효과가 더해져서 더욱 더 끌리고 매혹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의 형언할 수 없는 미소에 우리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러시아의 심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일컫기도 하며,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들이 시험을 치르고 난 후에는 머릿속에서 모두 지워져버리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아산(峨山) 정주영(鄭周永, 1915∼2001) 회장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서 태어나서, 소판 돈을 들고 상경하여 불굴의 의지와 추진력으로 현대그룹을 만들고 키웠다, 그는 보통학교에 다닐 때, 통천의 부잣집 딸을 연모하여 매일 아침 수십 리를 달려가서 조간신문을 빌려보곤 했다고 한다.
이후 정 회장이 세계적인 재벌이 되어서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서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트고 금강산개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안타깝게도 고인이 된 첫사랑 소식을 전해 듣고 정 회장은 크게 상심하여 서울에 돌아와서 시름시름하다가 현대사의 거목 같은 생을 마감하였다.
당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현대와의 관계는 우리 북한에게도 첫사랑…’ 하고 정주영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였다고 한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시작된 남북 교류와 협력이 수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서 갈등과 냉전을 초래하고 있아.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금강산 길이라도 다시 열려 우리 시니어들이 손주 손잡고 왕래하다 보면 한반도 평화도, 통일도 찾아오지 않을까?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야 하며,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아가야 한다’. 아산(峨山) 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