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골 때리는 산'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골 때리는 산'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8.2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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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노닐던 무릉계곡이 있는 두타산

 

한 여름 더위도 사라지는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있는 쌍폭포. 이승호 기자
한 여름 더위도 사라지는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있는 쌍폭포. 이승호 기자

오대산 등산길이 너무 힘들어서 휴식과 체력 보강을 위해 산행을 당분간 쉬려고 했다. 이제 여행 경기가 좀 살아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무작정 무릉계곡 두타산(頭陀山)을 찾았다. 이 산은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이다. 무릉계곡은 동해시이다. 강원도 동해시(東海市)는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되어 1980년 탄생했다. 두타산을 병풍처럼 뒷울타리로, 푸른 동해를 앞마당으로 당겨 놓은 산고해창(山高海蒼)의 천혜 관광지가 동해시이다.

이 산은 경치가 아름다워 소금강으로 불리며, 산행 코스가 너무 힘들고 험해서 머리 두(頭), 때릴 타(打) 즉 '골 때리는 산'이란 속칭도 있다. 태백산맥에 있는 두타산(頭陀山) 정상은 해발 1,357m이다. 동해안 7번 국도변에 우뚝 솟아 있다. 청옥산(1,403m)·고적대(1,353m) 등과 함께 태백산맥 동·서간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3개의 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골산의 전형으로 모든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어 험준하다. 동쪽 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이 오십천을 이루어 동해에 흘러들며, 남동쪽 기슭에서 발원한 하천은 골지천과 합류해 한강 상류로 흘러든다.

산이 깊고 험준해 비교적 식물상이 잘 보존되어 있단다. 해발 1,300m 이상의 두타산과 청옥산, 고적대가 병풍처럼 둘려쳐져 깍아지른 암벽과 수 많은 폭포가 깊고 깊은 신비한 비경의 계곡을 만들었다. 여기가 신선이 노닐었다는 무릉계곡이다.  이 계곡에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삼화사를 비롯해 무릉반석·관음사·학소대·금란정•쌍폭포•관음폭포• 용추폭포•산성12폭포•산폭포•칠성폭포•중대폭포 등이 있다. 

두타산성에서 보이는 수려한 청옥산과 고적대의 산줄기. 이승호 기자
두타산성에서 보이는 수려한 청옥산과 고적대의 산줄기. 이승호 기자

◆무릉계곡

신선이 노닐던 무릉계곡 명승 제37호인 동해 무릉계곡(武陵溪谷)은 높은 청옥산과 두타산 사이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 약 4㎞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매표소에서 출발하여 깊은 계곡 호암소(虎巖沼)로부터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기암괴석, 폭포, 우거진 숲과 송림이 가는 길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무릉반석 암각서의 모형이다. 이 암각서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 부사 시절에 쓴 것이다. 오랜 세월에 희미해지고 마모되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이다. '신선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 물과 돌이 부둥켜서 잉태한 오묘한 대자연에서 잠시 세속의 탐욕을 버리니 수행의 길이 열리네'란 뜻이다. 1903년 삼척지방 유림들은 향교가 폐강되자 금란계를 만들고 그 뜻을 기념하기 위해 무릉계곡 입구에 금란정이란 정자를 지었다.

이 정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릉반석과 옥빛 시냇물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이 반석은 넓이가 1천500평이나 된다. 양사언, 김시습 등을 비롯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가 빼곡히 새겨져 있어 옛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고, 역사 문화적 자료 가치도 높다. 이어서 만나는 절집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화합했다는 뜻으로 고려 태조가 개칭한 삼화사다. 포근한 느낌의 이 절에서는 삼층석탑(보물 제1277호)이 말없이 손님을 반긴다. 나이 많은 분들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관음폭포, 베틀바위, 학소대, 쌍폭포, 이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웅장하고 경이로운 용추폭포도 만날 수 있다. 이 폭포는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하트 모양으로 상, 중, 하 3단을 이루고 하탕폭포 밑에는 깊은 소(沼)가 있다.

힘들게 오른 두타산 정상, 코라나19가 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승호 기자
힘들게 오른 두타산 정상, 코라나19가 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삼척 방면 천은사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으나, 매표소→관음교→두타산성산 입구→두타산성(6.1km)→산성12폭포→두타산 정상→박달령→쌍폭포→용추폭포→매표소 코스를 선택했다. 두타산성 입구에서 정상까지 옆으로 가는 길이 거의 없이 네발로 올라 가야 할 만큼 계속 급경사에 등산로에는 주먹보다 큰 돌들이 가득하다. 정비되지도 않았으며 그 흔한 데크나 철계단도 없다. 가는 중간에는 천애의 절벽이 있는 두타산성이 있다.

굳이 돌로 성을 쌓을 필요가 없다. 자연 바위들이 성곽처럼 둘려쳐 있다. 백곰바위도 있고, 긴 산성12폭포도 있지만, 힘들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험한 산이기에 '알고는 갈 수 없고 모르고는 갈 수 있는 산', '죽음을 부르는 저승길'이란 말도 전해온다. 아주 못된 산이다! 극한 상황으로 나를 태운다. 청옥산, 고적대도 오르리라 생각했지만, 체력이 고갈되어 도저히 갈 수 없다. 포기하고 내려왔다. 하산길도 너무 힘들다. 전체 산행 거리 13km, 통상 8시간이 걸리는데, 12시간 소요되었다. 아! 통한의 두타산이다! 너무나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하다.

 

산이 있는 풍경             /윤수천

산을 내려갈 때에는 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 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 고개도 숙여야 한다. 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 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 산이 보여주려는 것. 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 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 이것을 보여주려고 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 오라 오라 했나보다.

3단으로 떨어지는 무릉계곡의 백미 용추폭포.이승호 기자
3단으로 떨어지는 무릉계곡의 백미 용추폭포.이승호 기자

 

tip:

•무릉계곡 입장료는 어른 2천원이다. 주차료는 유료이다.

•식당은 주차장에서 매표소 사이에 많이 있다. 대형식당도 있고 메뉴도 다양하다.

•주위에 가볼 만한 곳은 천곡동굴, 망상오토캠핑장, 추암촛대바위, 천은사 등이 있다.

여름에 물놀이도 할 수 있는 너른 바위의 무릉반석. 이승호 기자
여름에 물놀이도 할 수 있는 너른 바위의 무릉반석.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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