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서 코로나 19 때문에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반면에 브라운관 앞은 트로트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추석 전날인 9월 30일에는 KBS2 TV에서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주제로 원로 가수인 나훈아 콘서트를 방영하였고, 추석날인 10월 1일 저녁에는 4시간 동안 TV조선에서 ‘2020트롯어워즈’를 방영하여 원로급부터 현역 및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로트맨들을 총출동시켜서 시청자를 희로애락의 도가니로 몰입하게 하였다. 추석 연휴의 대이동과 접촉으로 코로나19 감염병의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취해진 방송사들의 노력과 배려로 국민들이 잠시나마 재미있고 즐겁게 여가를 보낼 수 있었음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군사정권의 언론 통폐합에 의해 3S(Show, Sports, Sex)로 얼룩졌던 1980년대가 연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극한을 넘나드는 풍부한 소리와 감성을 자극하는 스펙타터클한 장식과 조명, 춤과 코러스 등은 국민들의 코로나 블루를 훨훨 날려 보내버릴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공영 방송인 KBS에서 추석 연휴의 골든타임용 콘서트로서의 품격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고향’과 ‘사랑’, ‘어머니’와 ‘인생’을 통속적으로 노래하는 사자머리 박수무당에 잠시 넋을 잃고 놀아난 것 같은 기분이다. 국가적 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무대로서 기라성같은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범국민적 공감과 소통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는 없었을까?
반면 ‘2020트롯어워즈’는 비교적 많은 레전드급 가수와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민족 고유의 대중가요 장르인 트로트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국민투표 결과라고는 하나 특정 신인 가수에게 수상이 집중되어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와중에 국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기적같은 빌보드 차트 1위 소식은 국민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한류 문화의 한 장르로서 소년 소녀 아이돌 그룹들의 K팝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빌보드 핫 100은 미국에서 매주 가장 인기 있는 가요들을 집계하는 차트인데, BTS의 가요 ‘다이너마이트’는 이미 2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3주 만에 다시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추석 연휴에 이어지는 개천절(開天節)은 단군왕검 할아버지가 기원 2333년 전에 민족의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세웠음을 기리는 해이다. 고래로 달빛 아래 같이 모여서 춤과 노래를 하면서 제천(祭天)의식을 행하였다고 위서동이전(魏書東夷傳)에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 덕분에 춤과 노래는 비대면(非對面)으로 즐기고, 올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하여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며, 꿀처럼 달콤하다(Life is on-going, Life is sweet as honey, B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