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3채의 집을 가짐
전국에서 가지고 온 각종 상여를 전시
(사)나라얼연구소(소장 황영래)는 지난 11월 13~14일 경산시 하양읍 무학산 경산상엿집(국가문화재 제226호)에서 ‘예(禮)로 태평성대를 열다’란 주제로 ‘제7회 전통상례문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첫째 날은 우리나라 예제 정비에 큰 공을 한 세종 시대 명재상이자 경산 하양의 큰 어르신인 경암 허조 선생을 집중 조명하였다. 둘째 날은 오전 10시부터 ‘슬픔을 떠나 기쁨으로 돌아오다’라는 소주제로 상여 시연, 상여행렬 재연 등 특별행사가 열렸다. 상여(喪輿)는 사람의 시신을 실어서 묘지까지 나르는 도구다.
경암 허조(敬菴 許稠 1369~1439) 선생은 조선 초기의 신하로 태조·정종·태종·세종의 네 임금을 섬기며 법전을 편수하고 예악제도를 정비하였다. 특히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禮)의 기틀을 잡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 장례문화를 정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3채의 집을 가진다고 한다. 첫째는 어머니의 자궁이며, 둘째는 현재 살아가는 집이며, 셋째는 죽어서 들어가는 무덤이다. 이러한 관혼상제(冠婚喪祭)의 과정에서 죽어 무덤으로 들어가는 예(禮)가 장례문화인 것이다. 예가 정비되기 전까지는 시신을 거적이나 보자기 등으로 싸서 지게나 수레, 우마차 등을 이용해서 운반했다고 한다.
행사 둘째 날 오전 10시 경산상엿집에서 설화리 상엿소리보존회회원들이 시연하는 상여행렬 재현행사가 있었다. 1부 정승 맞이=상여출발, 만장기 퍼포먼스, 제상 차리기, 2부 정승 놀이=부채춤, 민요, 흥과 멋 등, 3부 정승 보내기=제사 지내기, 한량무, 회심곡, 넋춤, 음복, 회다지, 밀양아리랑 합창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정영만 남해안 별신굿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경희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이수자 제97호가 수고하였다.
한편 이 행사에 앞서 (사)나라얼연구 황영래 소장은 “우리나라 전통상례문화의 숨겨진 가치와 현대적 의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상엿집 주위로 전국에서 가지고 온 각종 상여를 전시함으로써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 밖에도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회도 함께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