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에서 유(有)를
무(無)에서 유(有)를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0.11.23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중순에 호랑이콩 씨앗을 심었다.

5월 어느 날 집도 넓은데 넝쿨 올라가는 울 콩을 뒷담벼락을 따라 아이스박스에 음식물 쓰레기와 낙엽들을 묻어 거름기 좋은 마당 흙을 담아 가지런히 놓고 한두 알씩 심었다. 몇일뒤 싹이 트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지지대는 밀치고 훌쩍 내 키보다 더 자랐다. 쑥쑥 어찌나 빨리 넝쿨이 뻗는지 금방 담장 위를 점령해서 손바닥 크기만한 싱싱한 잎사귀들이 너울거리며 마디마디 달고 더 오를 곳이 없어 헤맸다. 왕성한 생명력에 놀랐다. 사다리 놓고 지붕 옥상 올라가서 벽돌에 끈을 맨 뒤 줄을 내려 이리저리 붙잡아 매어주었다. 금방금방 자라서 지붕꼭대기까지 접수하였다.

뒤뜰은 어느듯 파란 콩 잎사귀로 덥힌 터널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면 저절로 뒤 곁으로 가진다. 깻묵에 막걸리를 부어서 발효를 시킨 구수한 웃거름을 한 바가지씩 배급을 주고 물도 주고 떡잎은 깔끔하게 뜯었다. 여름 끝자락 옥상까지 치올라간 넝쿨에서 연보라 꽃들이 일었는가 싶었는데 먼저 핀 꽃에서 콩꼬투리가 길쭉한 주머니로 총총 매달렸다.

. 9월 중순 여기서도 저기서도 주렁주렁 콩꼬투리 주머니가 기다랗게 달렸다. 벌써 풋콩을 까 넣고 지은 달짝지근한 밥 생각이 났다. 몇 됫박은 따려나? 새순 뻗는 모습 보는 재미로 코로나로 집 쿡에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양새가 활력을 주었다. 새마을운동 때 일이 떠올랐다. 한치의 땅도 놀릴것인가 한촌의 시간인들 허술히 할것인가라며 정말 한치땅도 한 촌 시간도 허술히 보내지 않았다. 놀리던 뒤뜰에 담장밑을 따라 심은콩이 이렇게 결실을 맺을줄이야. 콩꼬투리가 보면볼수록 사랑스럽고 신통방통하다.

아 無에서 有를 창출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