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에는 일반적으로 전해오는 관습을 행하는 것이 있고, 지방 또는 직업에 한정되는 특수한 것도 있었다. 도시 생활자와 지방인과는 세시풍속이 달랐다. 도시 사람은 2대(代)나 3대가 같이 사는 경우가 적고 직업 또한 각각 다르며, 일상생활도 바빠서 세시풍속도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인들은 선조 때부터 같이 살고, 동일 직종으로 선조가 남긴 풍속을 지키는데 충실했다. 지금은 도·농간의 문화의 경계가 없어 이른바 세시풍속도 무너져 간다.

동지(冬至)는 신라시대 설화, 고려시대 기록인 ‘목은집’, ‘익재집’ 등에 동짓날 팥죽을 먹는 내용이 등장하였고, 조선시대는 풍속을 다룬 ‘동국세시기’나 ‘열양세시기’에도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다는 기록이 등장했다.

24절기의 처음은 입춘이며, 동지는 22번째에 해당한다. 태양의 황경이 270° 위치에 있을 때, 일 년 중에서 밤의 어두움 길이가 가장 긴 동지를 기점, 차츰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밤의 길이가 짧아지는 날이다. 낮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날이 새해 첫 날이 되는 것이다. 희망적인 날로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동지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12월 21일 혹은 22일이다. 올해는 12월 21일이다. 어른들이 팥죽을 쑤어 대문 밖을 찔찔 부린 풍습도 있었다. 이렇게 척사(斥邪)의 의미도 있고, 복을 불러오는 기운도 있다. 달력을 만들어 보급하는 미풍양속도 깃들어 있다,

동지는 양력에 대비해서 들어오는 음력 날짜가 15일 이전이면 애동지, 16일 이후면 어른동지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면, 음력 10일까지 애동지(아동지), 11~20일 이면 청년동지(중동지), 21~말일까지 어른동지(노동지)라 말 할 때도 있다. 올 해는 12월21일, 음력 11월7일(월) 19시02분에 동지가 들어있다. 그래서 ‘애동지(兒冬至)’, ‘애기동지’이다.

애동지에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여겨 팥죽 대신 팥 시루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전통적 관습이였다.(동지가 너무 따뜻하면 팥죽이 빨리 상해서 어린 아이들이 곤란을 겪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불교에서 본래 뜻이 아니라 세시풍습에 나타나는 전통명절로 여겼다. 오랜 세월 전부터 동지라 하면 불교가 연상할 정도로 잘 습합(習合)되어져 왔을 뿐인 것 같다.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나 아찬설이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시작하는 날인 ‘작은설’로 여기곤 했다. 즉, 부활의 기운을 온전히 담고 있는 날이며, 팥의 붉은색처럼 밝은 날이 찾아 올 것이며, 밝은 지혜의 의미도 담겨있다. 태양과 닮은 곡물을 찾다보니 팥을 택했나 보다! 역학에서 붉은색은 남쪽이고 불에 해당되며, 강렬한 태양,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선사할 수 있는 주술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양(陽)의 대표적인 색으로 희망, 활동, 긍정을 의미 한다. 반대인 검은색은 음(陰)을 대표하고 절망, 죽음 등 귀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남자는 양, 여자는 음이기에 옛날에 아들을 낳으면 고추를 내걸고, 딸을 낳으면 검정 숯을 새끼줄에 끼어 매달아 놓던 풍속도 다 이런대서 유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악귀의 존재들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빛이나 붉은색을 보면 달아난다고 믿고 있었다. 부적이 빨강색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동짓날은 일 년 중 잡귀들이 밤이 가장 길어서 왕성하게 오래 활동 할 수 있는 날이다.

좋지 않은 기운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무언가 방패가 필요했는데, 그래서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먹고 집안에 두는 풍속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팥죽을 먹음으로 몸속의 좋지 않은 기운이나 병을 물리치는 것이라 믿었다. 미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전통의 한 부분이다. 보이지 않은 부정적인 현상이나 기운들로 귀신 유·무에 집착하기보다, 의미만 잘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치유하며 단련할 수 있는 계기만 깃들어도 좋다.

최대의 적은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 불안한 걱정, 번뇌, 욕심 등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부정적 마음을 달리 보면 마(魔)라고 볼 수 있다. 마는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생긴다. 이를 두고 ‘벽격풍동(壁隔風動)이요, 심격마침(心隔魔侵)이다’.(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들어오고,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처 들어온다) 즉 마음에 틈이 없으면 잡귀들은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옛 부터 붉은색은 귀신들이 싫어하는 색깔이라, 제수장 마련 시 돌아 가신지가 몇 년 되지 않는 조상에게는 백설기, 노란 팥 시루떡으로 준비, 오래된 조상에게 붉은 팥 시루떡으로 준비하여 액운을 물리치게 하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도 전해지기도 한다. 팥죽에 들어있는 새알을 먹고, 한 살 더 먹음으로 365일 살아가면서 나이 값을 하겠다는 것이다. 액운은 나가고 좋은 운이 들어온다. 그래서 음력 11월은 서로 조심해야 하는 달이라고 한다.

팥의 효능은 피로회복에도 좋다. 팥에는 비타민B1, 코틴산, 인,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 폴리페놀 화합물인 붉은색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 작용과 체내 활성산소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또 칼륨이 풍부해 섭취 시, 이뇨 작용을 도와 노폐물과 붓기 제거 및 부종 완화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과유불급으로 적당히 먹으면 좋다.

팥 자체에 큰 영험이 있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 속에 흩트려지는 마음의 고삐를 당겨 건강한 몸과 마음의 자세를 청결하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에 적극참여 하는 것이다. 밤이 가장 긴 동지는 악의 기운이 가장 넘치는 날로 두려움이 극대화된 날이다. 그 두려움을 선인들은 역설로 극복 했듯이 동짓날 팥 시루떡으로 코로나19를 물리치자. 올 한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울고 있는 역귀를 물리치자. 코로나19 3차 대 확산, 물럿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