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건강 전도사 박의신 택시기사
행복과 건강 전도사 박의신 택시기사
  • 우남희
  • 승인 2020.12.2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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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친절로 지역을 홍보하는 홍보대사

‘꽃처럼 활짝 웃어라, 얼굴이 밝아야 밝은 운이 따라온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죽지 마라, 기가 살아야 운도 산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오늘과 내일은 족보가 다르다. 먼저 나를 사랑해야 남도 나를 사랑한다.’ 축복 있는 삶을 위한 20계명 중 일부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승객들이 읽어볼 만한 글과 정보를 복사해 나누어주는 분이 있다. 자칭 행복전도사이자 건강전도사라고 말하는 택시기사 박의신(69.대구시 달성군 옥포읍)씨다.

택시기사는 일선에서 친절과 미소로 대구를 홍보하는 홍보맨이다. 그 역시 친절과 미소가 몸에 밴 사람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아침햇살이 채 풀리기 전에 집을 나섰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정한 복장에 차는 세차한 듯 깨끗했으며 택시에 꽂힌 소형 태극기와 ‘Welcome to daegu’ 깃발이 반긴다.

미소 친절의 대명사 박의신 기사. 우남희기자
미소 친절의 대명사 박의신 기사. 우남희기자

-출생 및 활동사항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영주 풍기에서 태어났습니다. 70년대 초반에 대구로 와 특수학교 교사, 영어 교사, 상담교사로 35년 동안 교단에 있었습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는데 퇴직 후 무얼 할까 고민하다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대구자원봉사센터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게이트볼 강사, 해밀무료급식소 배식 봉사단, 대구자원봉사센터 친위부대 봄날봉사단, 중구노인상담소 상담봉사 등등 여러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퇴직 전부터 하고 싶었던 택시를 운전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택시에 비해 부착된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먼저 깃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하나는 ‘태극기’이고 다른 하나는 ‘Welcome to daegu’입니다. 태극기를 꽂았다고 태극기부대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쓴 선열들의 뜻을 기리는 차원입니다. 우리말, 우리글은 물론이고 태극기를 달지 못한 일제강점기 때를 생각하며 거창하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Welcome to daegu’는 대구를 찾아오는 타지 사람들에게 친절한 대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사비로 각각 10여개씩 주문해 두 달에 한 번꼴로 교체합니다.

좌우 문에 래핑된 영주 소수서원과 부석사는 아시다시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제 고향이 영주 풍기입니다. 자비自費로도 영주를 홍보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재구 영주택시 향우회 회원들에게 영주시장께서 직접 챙기신 것입니다. 영주의 대표적인 명소인 무섬마을과 풍기인삼,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교대로 래핑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친절 택시라고 되어 있는데 친절 택시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택시기사로서 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를 캐치프레이즈로 승하차시 밝은 얼굴로 인사하기, 복장 단정, 운행경로 안내하고 운행하기, 반말 사용하지 않기, 짧은 거리를 운행해도 싫어하지 않기, 운전 중 DMB와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 급정거·급차선을 변경하지 않고 교통법규 잘 지키기, 경적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카드결제와 영수증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기 등을 정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한 원칙대로 실천 운행하다보니 친절택시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대구시내 16,000대 택시가 있는데 4개월간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이 대구시에 추천합니다. 법인 택시기사 60명, 개인택시기사 140명으로 총 200명이 친절 택시로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친절택시 기사에게는 외부에서도 친절택시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증서와 함께 달구벌 친절택시 인증스티커 별을 배부 받아 차량 앞 조수석 상단 유리에 부착합니다. 친절 택시는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아 받았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택시 안에 비치된 것들. 우남희 기자
택시 안에 비치된 것들. 우남희 기자

-차 안을 보니 비치된 것들이 많은데 소개해 주십시오.

▶사탕은 승객들이 입가심하라고 마련했습니다. 비록 사탕 한 알이지만 배려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만 제가 준비하고 그 다음부터는 제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챙겨주어 지금까지 계속 챙겨놓고 있습니다. 지방지와 중앙지는 제가 보는 신문들입니다.

복사물은 지난해에 비해 몇 종류가 늘었습니다. 신문에서 좋은 글을 보면 복사해서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요.

‘뿌리 찾기’는 할아버지 이름은 알지만 할머니 이름은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내가 어디에서 나고 어떤 가문의 후손인지 알기 위해서는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는 물론이고 시조할아버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강 체조’는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체력은 국력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등등 건강과 관련된 글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국민체조가 아닐까 합니다. 학창시절에 해본 체조지만 순서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분도 없잖아 많습니다. 준비운동으로 제자리걸음 걷기를 시작으로 해서 마지막 숨고르기운동까지 복사물을 보며 짧은 시간에 스트레칭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했습니다.

‘어르신, 껌 좀 씹으시죠’ 복사물은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껌을 씹으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아져 뇌혈류가 25~40% 늘어나 혈류가 막히면서 생기는 뇌질환을 조금이나 막아줄 수 있답니다. 또 나이가 들면 침샘 분비가 줄어 입 마름이 심해져 구취가 나고 식욕저하, 소화불량에 세균 번식으로 치주염이 늘어나는데 껌을 씹으므로 침 분비가 10배 가까이 늘어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정보를 공유할까 싶어 복사, 비치한 겁니다.

이외에도 어느 60대의 자서전 기사,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기사, 축복의 삶 20계명과 게이트볼 기초 자료들을 준비했는데 필요하면 한 부씩 가져가라고 합니다.

봉사단원들과 연탄봉사를 하는 박의신 씨. 박의신 사진제공
봉사단원들과 연탄봉사를 하는 박의신 씨. 박의신 사진제공

-코로나로 인해 너도나도 어려운데 택시업계는 어떤가요?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차로 인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코로나 이후에는 접촉을 피하기 위해 승용차를 많이 이용합니다. 대구의 택시는 과잉공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평균수입이 낮고, 실질적인 차량 가동률도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감차 정책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입은 적어지고 그러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여 기사들의 고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 입장에서도 경제논리로 계산하면 갈등을 하게 됩니다. 단지 퇴임 후, 하고 싶었던 일이고 보람과 즐거움을 찾고 있기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십 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2급 정교사, 특수학교 교사, 중등학교 1급 정교사 외국어(영어), 상담교사, 환경지도사, 선교사 자격증, 장례지도사 자격증, 택시운전자격증, 방화관리자, 운전학원 기능강사, 게이트볼 1급 심판원증, 화물운송종사 자격증, 버스운전자격증,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육교사 1급, 노인여가교육사, 방과 후 아동지도사 자격증을 비롯해 천주교 교리교사 수료증까지.

 

자격증을 딴 까닭은 자격증을 이용해 새로운 직업을 찾고자 함이 아니라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고 자신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되어서라고 한다.

그는 운전 틈틈이 봉사활동과 게이트볼 강사로 맹활약해 왔는데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예전의 평범한 일상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바람처럼 손님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