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시작! 하하하 호호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에 맞추어 함께 오늘도 신나게 마음껏 웃어본다는 웃음치료사 이수경(60) 씨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보다 어르신들의 유치원인 주간보호센터 봉사활동이 줄어 한 달에 한 번뿐이지만 매월 두 번째 주가 기다려지고 행복하다는 이 씨다.
이 씨는 직장의 관리자로 바쁜 일과를 보내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웃음을 드리고 함께 웃을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이 씨가 봉사활동을 가는 곳은 다른 주간보호센터보다는 시설은 다소 열악하지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어느 곳 못지 않게 표정도 밝고 항상 즐겁게 지내는 곳이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표정 또한 밝고 재미있게 함께한다고 했다.
“봉사활동 가는 날 지하철을 타고 승객들을 보면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답니다. 무표정하게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는 분들이지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버스 안에서 책도 보고 신문도 많이 보았는데 이제는 추억이 된 지 오래인 것 같아요. 왜 웃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을까? 하는 의구심도 가끔 가집니다. 지하철에서 저 혼자만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답니다. 웃어야 복이 오고 웃어야 행복이 올 텐데 말입니다.”
이 씨는 봉사 날 어르신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창밖을 보며 그날 부를 노래 가사를 흥얼거린다고 했다. “구우름도오 우울고 너엄느은~~ 울고 너어음는 저 산아래~”라며 ‘고향무정’을 부르다보면 곧 만나게 될 멋쟁이 형님과 누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했다.
주간보호센터에 도착해 노래부르기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시는 어르신께는 꼭 마이크를 먼저 드리고 같이 한 곡을 불러야 다음부터는 잘 따라 하신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말했다.
“노래를 시작하면 어린아이처럼 박수도 치고 웃으면서 앙코르를 외치는 어르신,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예쁜 누님과는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함께 손뼉 치고 노래하며, 눈을 맞추어야 수줍음 많은 누님과 형님들이 웃으시고 좋아하시죠. 눈이 마주치면 손 잡아달라며 두 손을 들어 저를 부르시죠. 그땐 지체 없이 달려가 두 손 꼭 잡고 ”잘 계셨어요?“ 인사하며 손을 어루만져 드립니다. 많이 기다렸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가슴이 아리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은 감기 들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으라며 이 씨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예 예 알겠습니다”하며 어르신께 대답하면서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소녀 소년 같은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큰 행복에 젖으며 위로를 받는다며 이 씨는 오히려 감사해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건강 박수도 이제는 잘 따라 하며 “아버님, 어머님 스마일~"하며 미소 지으시라고 하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 미소를 지으신다. “우리가 미소를 지으면 입꼬리가 올라가 하늘에서 복이 내려오다가 입꼬리에 걸려 있다가 다 자기 몸 속으로 들어와서 복을 받게 됩니다. 아시겠죠!” 하며 다시 한 번 미소지어 보라고 한다.
이 씨는 웃음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로 빨리 가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미소가 예쁘면 멋쟁이 형님이 되시고 사랑받는 누님이 됩니다. 예쁜 미소 지으세요. 미소를 지으시면서 하하하 소리를 내어보세요. 그러면 웃음이 됩니다. 우리 아버님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하하하 웃으시고, 어머님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호호호 웃어보세요. 하하하 소리가 큰지 호호호 소리가 큰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자! 웃음 시작! 하하하 호호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에 맞추어 이 씨도 신나게 웃는다고 한다.
이 씨는 마지막 감사 박수를 치며 프로그램을 마친다. “무릎 두 번 박수 두 번 아시죠. 제가 먼저 해볼 게요”라며 먼저 시범을 보인다. “웃으면서 살자! 행복하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아버님 어머님 감사 박수 세 번 시~작.”
“웃으면서 살자! 행복하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사시는 거 아시죠. 옆에 계시는 분과 마주 보세요. 옆에 있어 주어 감사합니다~ 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준비해 간 1시간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사랑으로’ 노래 반주에 맞추어 참가자 모두가 어르신들 한 분 한 분과 손도 잡고 안기도 하면서 스킨십을 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서로 손 잡고 허그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웃음과 노래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 씨의 가슴 한 켠에 항상 애절함이 있다. 주간보호센터 1년, 요양원 2년, 요양병원에서 6개월 고생하시던 아버지를 2019년 봄 갑자기 여의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주간보호센터에, 장모님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가 3년째이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찾아뵙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병문안도 할 수 없다. 언제나 그립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주간보호센터에서 하는 웃음치료나 재롱잔치를 부모님 앞에서는 한 번도 못 해드렸는데 봉사랍시고 이러는 스스로가 잘하는 건지 자문할 때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씨는 스스로가 남을 위해 봉사하듯이 다른 봉사자가 어머니 계시는 곳에서 즐겁게 봉사하리라 생각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하며 부모님 살아 계실 제 섬기길 다하자고 스스로를 다짐한다고 했다.
이 씨는 “노동의 대가가 돈이라면 봉사의 대가는 감사가 아닐까 한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어 더 자주 가까이서 함께하길 바란다”며 “봉사를 마치고 항상 한아름 감사한 마음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한다“며 미소와 겸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