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되기 전부터 할머니들 장 심부름 담당
할머니의 계란 주문은 크기와 가격이 일정,
심부름하기 편하고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이장님, 오늘 면에 가나요?"
"예!"
마을 인동 아지매가 찾아와 면에 나가면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계란을 좀 사다 달라고 하신다. 어제도 누가 부탁해 계란을 두 판 사다 드렸는데, 오늘은 양이 일곱 판이나 된다.
내가 계란을 사다 드린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장이 되기전 귀촌 직후이다.
차가 없는 할머니들이 장을 본 여러가지 물건들을 장바구니나 주머니에 담아 오는데 계란은 담을 수가 없어서 따로 들고 오게 된다. 연세 드신 어른들이 양손에 들고 오기도 힘들고 자칫하면 끈이 풀어져 계란판이 통째로 떨어져 전체가 깨지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계란은 내가 사다 드릴테니 이런 고생을 하시지 마라고 당부를 했다.
그래서 그후부터 자연스럽게 계란을 사다 드리게 된 것이다. 가격이 일정하고 크기가 일정한 계란이라 심부름하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이런 일도 있었다. 가끔 초란이 나오는 것이다. 양계장에서 알 낳는 닭을 새로 들이면 처음 낳는 알을 초란이라고 하는데 크기가 좀 작다. 그래서 생산자는 30개씩 두 판을 묶어 가격은 큰 것 한 판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판다. 비싸다고 해봐야 200~300원 정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크기는 작지만 전체로 보면 양도 많고 가격도 비슷해 초란을 구입하게 된다. 초란이 나오는 날은 계란 주문이 없어도 몇몇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초란이 나왔다고 하면 서로 사다 달라고 할 정도이다.
계란 심부름을 자주하다보니 농협 직원들도 초란이 들어오면 연락을 해준다. 그러면 마을에서 주문을 받아 사다 드린다.
계란 심부름을 하면서 얻어 먹은 계란도 많았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계란을 삶아 내가 돌아올 무렵에 내놓으신다. 계란을 받아갈 할머니들이 빙 둘러앉아 삶은 계란을 까먹고 새로 받은 계란에서 자기가 먹은 만큼 주인집에 내 놓으신다. 주인은 안 받는다고 서로 옥신각신하면 내가 나서서 받으시는 게 좋겠다고 하면 주인이 마지못해 받으신다.
그러다 옛날 이야기도 하신다. 예전에 계란 먹기 대회를 했다고 하신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시절에도 집집마다 기르는 닭이 낳은 계란은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집에서 낳은 계란은 반찬을 해야하니 시장날 장에 가서 양계장에서 나온 계란을 한 판 사다가 삶아서 몇 개씩 먹는데 한 할머니가 8개를 먹어서 신기록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신다. 내가 먹어도 8개는 잠시 먹을 것 같은데~~!
계란 심부름을 해드리고 인사를 많이 들었다. 급하게 사다 드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앞으로도 할머니들 계란 심부름을 계속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