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직장생활 정리하고 귀향 후 사과농사로 노후대비
좋은 공기, 고향 친구와 어울리며 즐거움과 건강은 덤
◆ 고향에서 펼치는 노후의 로망... 사과농사 지으며 마음은 늘 풍년
“어린 시절 가난으로 입 하나 덜기 위해 대구로 나와 바쁘게 살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남모르는 스트레스도 늘 달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자식처럼 사과나무를 가꾸고 어릴 때 고향 친구들과 어울리며 회포도 풀고 좋은 공기도 마시니 한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50여 년의 대구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고향을 찾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오영태(66·남·경북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옥옥란(62) 씨 부부.
오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마지막 직업으로 지난 2018년 7월 말 퇴직했다. 평소 오 씨의 인격과 업무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고 성실하여 회사동료들과 주변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귀향을 선택했다.
오 씨는 노후에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지난 2015년부터 대구 인근인 청도나 영천 등지 땅 매입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지만 마땅한 곳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교통 등 접근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고향인 이곳 양지바른 밭을 매입했다.
“낯선 곳보다는 다행히 이곳은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하는 친구들과 초등학교 동창들도 많아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며 도움을 받으며 사과 농사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의 포근한 마음과 맑은 공기, 자연과 함께해 좋다”며 귀농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는 오 씨다.
오 씨는 처음에 로얄후지 사과나무 150여 그루가 심어진 2천200여 ㎡(650평)을 매입하고, 주말마다 내려가 거주할 컨테이너로 집을 지었다. 이후 신품종인 후브락스 200여 그루를 심기 위해 땅을 추가 매입했다. 오 씨가 직접 심은 사과나무가 올해 5년째로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다.
◆드리마 같은 도시생활...가난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보일러공 취업, 끊임없는 도전으로 검정고시 거쳐 50대 대학졸업, 독학으로 국가기술자격증 12개 취득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인생은 도전할 때가 가장 멋있습니다.”
오 씨는 대구에서 치열한 경쟁시대에 끊임없이 비전을 향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오 씨는 경북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 산간오지 가난한 집안의 5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지난 1970년 대구의 한 염색공장 보일러실에 취업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루 12시간의 맞교대로 육신은 피로했지만, 배우고 싶은 열망에 하루 3~4시간만 잠을 자고 어린나이에 학력보다는 자격증만 있으며 대우를 받던 모습을 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다. 20세에 처음으로 위험물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보일러산업기사, 수질환경산업기사, 대기환경산업기사, 가스산업기사, 주택관리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12개와 특급시설관리사 등 수종의 민간자격증도 취득했다. 또한 30대 후반에 고입.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하여 50대에 대학을 졸업했다. 늘 배움에 목말랐던 주경야독 평생학습의 실천자다.
오 씨는 20대 중반 더 나은 삶을 위해 10여 년의 보일러실 근무를 정리하고, ㄷ고등학교 행정실 기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실히 근무하며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 선생님들이 오 씨에게 자녀들 성장이나 훗날을 생각하면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야간고등공민학교에 입학하여 주경야독의 노력 끝에 2년 만에 고입·대입 검정고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오 씨는 근무 중 취득한 주택관리사 자격증으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새롭게 출발한 오 씨는 입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시설물의 장수명화를 위해 끊임없이 자비를 들여 교육을 받고 관련분야 자격을 이수하는 등 타고난 성실성과 열정을 보였다. 관리하는 아파트 입주민의 나라사랑의 마음을 일깨우기 위하여 전 세대 태극기 게양행사 등 다양한 기획과 실천 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모범을 보여 상도 많이 탔다.
오 씨는 배움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50대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오 씨의 근면함과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본 1남1녀의 자녀도 대학 졸업 후 제주도와 서울에서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돈은 벌지 못했지만 성실히 살아가고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배우는 자세로 겸손하게 살겁니다”고 말하는 오 씨는 한결같은 마음의 소유자이다.
◆귀농! 마음의 여유와 건강한 노후생활...새콤달콤 사과처럼 상큼한 노후 부부생활, 일하는 것이 즐겁고 적성에 맞아
보일러공, 학교 행정실 직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50여 년 동안 남다른 눈썰미와 손재주, 부지런함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오 씨는 과감히 준비된 귀농을 택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떠나온 고향과 다시 찾은 고향은 오 씨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사과 농사는 처음이지만 주변의 도움과 직접 지식을 쌓아가며 새콤달콤한 맛있는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해는 체계적인 사과 재배를 위해 청송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친환경사과대학도 졸업했다.
토양개량과 거름주기 등 토심 향상, 병충해 방제, 전정 작업 등의 사과농사는 평소 오 씨의 밝고 긍정적 마인드가 힘든 점보다는 오히려 만족으로 여긴다.
“직장생활하면 늘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해결방법을 모색하며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와 마음의 여유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지금은 간섭이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일을 하니 마음의 평온과 여유를 찾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오 씨는 “올해는 직접 심은 사과나무가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니 잘 가꾸어 좋은 결실을 봐야죠”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오 씨의 생활권은 30분 거리에 있는 포항과 안동이다. 지금 건설 중인 포항 안동 간 국도가 완공되면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인근 주왕산에서 수시로 힐링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일이 적성에 맞아 고소작업차를 타고 사과나무 전정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 50여 년간의 객지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향의 품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오 씨 부부는 새콤달콤한 사과처럼 노후 생활을 즐기는 영원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