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현의 문학산책] 받들어 총 !
[방종현의 문학산책] 받들어 총 !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1.02.23 09: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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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儀典)
대전 국군 의무학교 군의관 임관식   방종현 기자
대전 국군 의무학교 군의관 임관식 방종현 기자

 

의전(儀典)/방종현

“국방 차관님께 받들어 총!”

“충성”

대전에 있는 국군 의무학교 연병장에서 군의관 임관식이 열렸다. 제병지휘관의 구령에 따라 임석 상관에 대한 경례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 제일 높은 이에게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군대를 갔다 온 뒤 근 50년 세월을 넘어 아들의 임관식에 와서 들어 보니 감회가 새롭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첫 번째 하는 것이 악수다. 악수할 때 맨손으로 하는 것은 친밀의 뜻도 있지만 내 손에는 무기가 없습니다. 하는 뜻도 있다. 받들어 총! 할 때 총은 수직으로 세워 방아쇠와 멜빵이 있는 부분을 경례를 받는 이를 향하게 한다. 그 총의 처분권을 수례자(受禮者) 에게 맡기겠다는 충성심의 징표다. 의전 서열(序列)이 확실한 곳은 군대다.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니 당연하다.

국가의 행사나 말단 면 단위 행사 거나 의전(儀典)에 따른 자리 배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국적인 행사에는 대통령 다음 자리는 통상 입법 수장인 국회의장이 앉고 그다음 사법 수장인 대법원장 그리고 행정 수반인 국무총리 순서로 앉는다. 헌법재판소가 신설되면서 대법원장과 동급이 되어 국무총리가 5위로 자리매김이 되고 있다. 자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사에 헌법재판소장이 국무총리 다음 자리에 배치된 걸 알고 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

지방의 소도시 행사에 주둔군 사단장과 연대장이 동시에 초대되었다 한다. 격려사를 하는데 사회자의 실수로 사단장보다 연대장의 축사 순서가 빨랐다. 행사가 끝난 뒤 사단장을 수행하는 부관 코에 코피가 났다는 소문도 있다.

각종 행사 때마다 내빈을 소개하고 격려사와 축사를 부탁한다. 주최 측에서는 참석한 내빈을 예우하는 뜻으로 거의 빠짐없이 연단으로 불러내어 한 말씀하도록 한다. 축사가 너무 길어지면 가끔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또 할 때는 지루함을 느낀다.

“에~ 또 오날 날씨도 화창하고” (사실은 잔뜩 찌푸린 날씨인데도) 그냥 밀고 나간다. “저 머시냐 요새 경기도 엉망이고 날씨도 너무 뜨겁고 우시장 국밥도 예전 같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무슨 말을 하는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 그래도 끊지 않고 에~ 또다시 말하자면 중언부언하다가 끝으로 한 말씀...... 하고도 한참을 더하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는 데 아연실색이다. 어떤 분은 앞에 사람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하셔서 저는 인사로 대신합니다. 하고 절을 넓죽하고 내려오는 괜찮은 사람도 있다. 자리와 인품이 맞지 않으면 병아리에 우장 씌운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부적격자를 고위공직에 28명이나 임명을 감행했다.

자리란 인품에 걸맞은 사람이어야 그 자리에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