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 우남희
  • 승인 2021.02.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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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당산제를 지내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새해의 첫 보름날을 말한다. 이 날은 예로부터 둥실 떠오르는 둥근달을 보며 한해의 소망을 빌었다. 올해는 비로 인해 보름달을 볼 수 없었으며 달맞이 행사를 비롯한 부대행사들도 코로나19로 인한 5인 집합금지 상태라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인원으로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이장. 임이현)에서는 대보름날의 행사 중 하나인 당산제를 마을 뒷산인 고방산에서 지냈다.

마을 뒷산 고방산 산신단  우남희 기자
마을 뒷산 고방산 산신단 우남희 기자

19시 30분에 마을 이장, 영농회장, 운영위원장은 마을에서 1.5km 떨어진 가파른 고봉산자락에 잡고 있는 천왕당으로 올라갔다. 천왕당에서 당제를 지내기 전, 10m 떨어진 산신단에서 과일과 술로 산신제를 지내고 내려와 천왕당에서 ‘당산 옷 갈아입히기’를 한다. 당산 옷 갈아입히기는 천정에 판때기를 박아놓고 북어를 한지로 돌돌 싸서 실타래로 묶어 다음 정월대보름날까지 매달아 놓는 것을 말한다. 떼 낸 북어와 실은 태워버린다.

천왕 옷 입히기  우남희 기자
천왕 옷 입히기 우남희 기자

단 위에는 하나씩의 촛대가 아니라 20여 개의 초를 꽂을 수 있는 촛대가 놓여 있고 지금까지 해 온 것과 달리 가장 간소한 차림의 제수용품이 준비되었다. 촛대는 참여하는 주민들 개개인이 꽂을 수 있도록, 화재예방 차원에서 시멘트로 임해만(68)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임씨는 “윗대부터 지내던 것을 봐 왔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미신이라고 기피하지만 우리의 문화가 아닌가. 자비로 주변 울타리가 무너지면 쌓고, 천왕당 기왓장을 교체하곤 했는데 이젠 가파른 이곳까지 기왓장을 가져오는 게 힘에 벅차다”고 했다.

제를 지내고 저마다 소원을 비는 마음을 담아 소지를 태우는 것으로 당산제는 끝나고 마을 회관으로 내려와 동민 기원제를 지낸다. 동민 기원제는 23시에 마을회관 2층 천왕당의 제단에서 지낸다. 고봉산에서 당산제를 지낸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올 수 없다고 한다. 허나 이장만큼은 마을의 대표 격으로 참여한다. 마을회관에는 부녀회장을 비롯해 노인회장, 또 다른 운영위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민 기원제를 지내는 설화리 마을회관  우남희 기자
동민 기원제를 지내는 마을회관 우남희 기자

고방산 천왕당에는 닭고기를, 마을회관에서는 돼지머리를 올려야 하는데 올해는 삼겹살을 올렸고 백설기가 올려져 있다. 백설기는 버짐 예방이라고 한다.

정월대보름 행사 중 하나인 당산제를 미신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로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