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하순에 만난 작고 노란 꽃 '영춘화'를 개나리로 잘못 알아,
영춘화와 개나리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본다
기온은 여전히 시소를 타듯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내려쬐는 햇살에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던 꽃들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부는 날은 소스라치게 놀라 옴츠리기도 하니 마음이 짠하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1월말부터 향기가 매력적인 납매에 이어 홍매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월이 되자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부터 노루귀, 변산바람꽃, 봄까치꽃도 살금살금 얼굴을 내밀었다는 안부가 전해졌다. 어디서는 산수유가, 어디서는 목련이 터질듯 부풀었다는 기별이 연이어 날아왔다. 봄은 그렇게 산과 들, 공원 등 곳곳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빨리 나가서 만나보라는 재촉의 함성이었을 것이다.
2월 하순의 따뜻한 날,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마침내 기대했던 봄과 조우했다. 중앙공원을 지나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가 마련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필 듯 말 듯 오므린 동백을 만났다. 일찌감치 소식을 전해준 붉은 매화는 이미 만개에 이르렀다. 흰 매화와 수양매실 꽃이 부푼 팝콘처럼 몽실몽실 봉오리를 터트리고, 중앙도서관 앞 산수유가 합창무도회를 준비하는 단원들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다 보니, 건물 한 편에 노란 꽃무더기가 시선을 끌었다. 앗, 개나리다. 4월초에나 만날 수 있는 개나리가 벌써 피다니, 사진을 찍어 반가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와 다소 들뜬 기분으로 봄을 만나고 온 사연과 함께 몇 장의 사진을 올렸다.
다음날 낮, 커피를 내리려는 물이 끓고 있을 때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메시지가 도착하는 신호였다. 곁눈으로 보니, 꽃 사진 몇 장과 깨알 같은 내용이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커피를 내리고 있자니, 전화벨이 울렸다. 꽃을 사랑하는 지인의 짧고 굵은 목소리였다. ‘중요한 문자를 보냈으니, 확인해보시라’는….
내용인즉, “어제 저녁 카스에 올린 꽃 이름은 개나리가 아니라 ‘영춘화’입니다, 누님”이라며 둘을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을 보낸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꽃 모양이 달랐다. 개나리의 꽃잎이 4개의 좁고 기다란 타원형이라면, 영춘화 꽃잎은 6개의 동그란 계란형이었다. 이런! 실수. 그제야 더 세세한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꽃이 피는 시기와 줄기의 색깔도 조금씩 달랐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키 작고 노란 어여쁜 꽃이 무더기로 자란 것은 어릴 적부터 눈에 익숙한 개나리려니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렇다면 모양이 비슷해 착각을 하게 하는 개나리(Forsythia koreana)와 영춘화(Jasminum nudiflorum)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둘 다 ‘쌍떡잎식물 용담목 물푸레나무과 낙엽관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원산지가 다르다. “영춘화는 중국 원산이며, 중부 이남에서는 관상용으로 심고, 높이는 0.6~2m.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옆으로 퍼지고 땅에 닿은 곳에서 뿌리가 내리며 능선이 있고 녹색이다. 이른 봄,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그에 반해 “개나리는 한국 원산으로, 산기슭 양지에서 많이 자라고, 높이는 3m 내외. 가지 끝이 밑으로 처지며, 잔가지는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점차 회갈색으로 변한다. 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 꽃이 핀다”고, 지식백과가 말하고 있다.
주변에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수많은 꽃들의 이름을 소상하게 아는 지인이 많음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름을 낱낱이 기억하고 불러주지는 못해도 저마다 개성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들에게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도 ‘꽃들은 이해하리라’, 스스로 작은 위안을 가져본다.
"내 이름은 ‘영춘화’, 개나리가 아니랍니다"라는 잔잔한 메아리가 귓전에 맴도는 것 같아 거듭 미안하다.
3월이 되니, 할미꽃 소식도 들려온다. 마치 솜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은 모습이다. 다시, 봄비가 내린다. 여린 꽃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