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가까운 저수지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 가족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 달서구의 명소, 월광수변공원이 있는 도원지이다.
가쁜 숨 몰아쉬며 청룡산(794m)을 넘어온 달님이 도원지 수면 위로 빛을 뿌리면 산들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은 은빛으로 반짝인다. 달빛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월광수변공원이다.
공원은 청룡산과 삼필봉 사이의 수밭골을 내려온 물로 채워진 도원지와 접해있다. 산수가 조화롭게 어울린 경관에다 골바람이 시원하고 공기가 쾌적하다.
이곳에는 한 바퀴 거리가 1km인 우레탄 산책로와 수상 데크 탐방로가 있다. 어린이 놀이터, 인라인스케이트장, 게이트볼장, 다목적운동장에다 각종 체육시설도 고루 갖춰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그만이다. 500m나 되는 긴 못 둑은 마사토가 깔려 맨발 걷기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난 명소다.
전상렬, 이설주 시인의 시비와 영제시조창 전수자 이기능 기념비, 박태준의 '오빠생각' 노래비가 있는가 하면,
음악 예술인들의 버스킹도 잦고 이벤트 광장에선 음악회 등 각종 행사도 열려 문화 예술적 감성도 자극한다.
도원지 가운데 분수대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화려한 음악분수쇼가 시간 단위로 펼쳐진다. 못가에는 꽃창포, 수선화, 버들강아지, 갈대 등의 수생식물 서식지를 조성하여 운치를 더한다.
달서구는 3년 전 '사랑'을 테마로 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해마다 지역 내 처녀·총각 짝지어주기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래서인지 특히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공원 안 수밭 마을은 식당과 카페가 자리 잡으면서 핫한 맛집 거리가 형성되었다.
공원 맞은편 산자락을 따라 산책로에는 900여본의 편백나무가 심어지고 저수지 일주 데크 산책로를 만들 예산이 확보되어 곧 착공 단계다. 늘어나는 방문 차량을 위해 진입로를 넓히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기존 주차장을 확장하고 안쪽에는 제2, 제3주차장을 증설하였다.
지난해 도원지에 귀한 손님이 찾아들었다. 수달 커플이다. 예전에는 전국 어느 하천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남획과 하천 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낙동강 하류 지역과 지리산, 오대산 부근의 하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여 1982년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되었다. 시민들은 야생동물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한다. 신천에 수달이 서식하여 많은 사람이 조우하였다는 기사와 사진들이 SNS에 오르내렸다.
수달 전문가인 최동학(동인동물병원 원장)씨에 의하면, 야생동물보호협회가 2019년 신천에 사는 수컷 수달에게 GPS 칩을 삽입해서 오후 4시에 방사했는데 이튿날 도원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수달이 가창댐 상류를 거쳐 수밭재를 넘어간 행적이 포착되었는데 야행성이라 눈에 잘 띄지 않고 행동반경도 넓어 하루에 8~9km를 다닌다고 한다. 도원지는 낚시를 금지하여 수달의 먹잇감이 지천이다. 저수지에서 아이 키만한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수밭재 골짜기가 청정지역이라 오염원이 없고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칩을 삽입한 수달은 그 후 다시 신천으로 넘어와 금호강으로 갔다가 북대구 IC 근처에서 로드킬 당했다고 한다. 요즘 도원지에 서식하는 수달은 하천에 물이 많이 불었을 때 낙동강에서 진천천을 따라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달서구는 그들을 위해 시민에게 주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이동식 보금자리도 만들어 수상에 띄워놓았다. 달서구 환경보호팀 조사 결과 그 주변에서 수달 분비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올해 2월에는 '2020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명의 작가가 만든 ‘사랑을 위하여’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었는데 바로 수달 부부의 형상이다. 요즘 수달의 노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1~2월이 교미 시기이고 임신 기간이 60~70일이니 5월경이면 새끼를 낳아 일가족을 이루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