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처럼 간직한 초록색 은빛 식물
은쑥이 드디어 땅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드러내기엔 아깝고 품고 있기엔 버거웠을까, 새싹인데도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신비롭고 오묘하기 짝이 없는 초록색 은빛이다. 아직은 여리여리하지만 은쑥의 성숙기를 예상하면 하마 행복해진다. 성장하면서 점점 더 은빛으로 빛나는 색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상용으로 욕심내는 식물이다. 이를테면 꽃보다 잎을 더 사랑하게 하고 벨벳같은 부드러운 잎의 촉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식물, 그 사랑이 소진할 때쯤 눈치채지 못하게 노란색의 작은 꽃을 피운다. 그 또한 이 식물의 매력이다.
웬만한 쑥은 식용으로 약용으로 쓰임새가 다양하지만, 은쑥은 눈으로 손으로 향기로 즐기기에도 차고 넘치는 식물이다. 반려견처럼 자꾸 쓰다듬고 싶어지고 염치불구하고 향을 맡기 위해 스킨쉽하고 싶어지는 은쑥.
햇빛과는 찰떡궁합이라 물 빠짐이 원활하고 감히 그늘이 엿보지 못하는 곳이라면 은쑥은 보금자리를 튼다.
은쏙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은빛 식물이 있다. 3년 전 하와이에서 만난 은금초. 하와이를 이루고 있는 마우이라는 섬에 할레아칼레라는 높이 3,000미터가 넘는 휴화산이 있다. 전 세계에서 오직 이곳에만 자생하고 있다는 은금초를 산 정상에서 조우했다. 몸 전체를 은으로 도배해 놓은 듯한, 하와이 특유의 강렬한 햇볕에 번쩍번쩍 빛나던 그 식물을 처음으로 마주친 나는 순간 마법에 걸린 듯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은쑥도 그에 못지않은 식물이었다.
저작권자 © 시니어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