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의 명소 창원 천주산을 오르다
◆창원 천주산(天柱山)
창원은 오랜만에 간다. 창원시를 조성할 당시 도로만 쾡하니 넓고 크게 만들어져 있고 건물은 없을 당시 성주사를 다녀온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2019년 새해에 돝섬을 다녀온 적은 있다.
지금은 높은 건물들이 꽉 들어차서 어디가 어디인 줄 모를 정도로 큰 도시가 되어 있다. 마산, 창원, 진해가 합쳐서 인구 100만이 넘는 다고 한다. 마산만을 중심을 서쪽부터 당마산, 대곡산, 무학산, 팔용산, 천주산, 구룡산, 정병산,
대암산이 서북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추운 겨울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주는
천혜의 지형조건을 갖춘 마산만 어항이다.
이들 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은 무학산(해발761.4m)이며
뽀족한 산은 천주산(天柱山)이다.
뽀족한 모습이라 하늘을 떠받치는
산이라 이름 지어진것 같다.
천주산에는 천주봉(478m)도 있지만,
최고봉은 용지봉(龍池峰, 해발 638.8m)이다
전날에 이어 봄비가 여름 소나기 처럼 많이 오는 날 진달래가 만개했다는 소식에 급히 천주산을 찾았다. 창원 천주산은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진달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진달래 필때는 많은 상춘객이 몰리는 곳이라 늦게 가면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하여
이른 새벽 6시 30분에 대구에서 출발했다.
봄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내린다.
8시 조금 지나서 달천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오는 날씨 임에도 여러대의 차량이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도 참 많다.
아직은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다.
◆미수 허목이 이름 붙인 달천계곡
달천계곡은 창원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조선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전서체의 대가
미수 허목(許穆)이 낙향하여 이곳에 기거하면서 계곡암반에 달천동(達川洞)이라 각자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등산로 올라가는 초입 좌측에 그의 유적비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북면 외감마을이다. 주차장에서 좌측으로 1km쯤 거슬러 오르는 곳이 달천계곡이다. 2km 가량의 이 계곡은 울창한 수목과 풍부한 수량의 맑은 물이 있고 계곡
곳곳에 넓은 반석이 깔려 있는 수려한 계곡이다.
◆지그재그 등산코스
등산은 공사 중인 오토캠핑장 임도를 따라간다. 조금 오르자 정자가 있고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 등산안내판이 있다. 누리길 안내와 함께 표시하여 정작 등산코스를 찾기에는 너무 헷갈린다. 오른쪽은 약 3.2km로 달천약수터→만남의 광장 →천주봉 정상으로 올라가고, 왼쪽은 4.9km로 번갯불 표시 처럼 지그재그로 표시된 등산로를 따라 천주봉, 만남의 광장→천주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멀지만 왼쪽으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올 계획으로 왼쪽으로 올라갔다. 비는 새벽보다는 적게 오지만 새로 산 비옷을 입고 한참을 오르는데 끝이 없어 보이는 지그재그 길의 연속이다. 너무 단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하여 조그만 지름길이 보인다. 그길로 오르다가 빗길에 미끄졌다.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두 바뀌 정도 굴려서 나무에 걸러서 멈추었다. 왼쪽 무릎이 피멍이 들고 비옷은 찢어지고 등산화는 흙투성이다. 오른쪽 엉덩이도 아프다. 배낭을 뒤져서 일회용밴드와 파스를 부치고 되돌아 갈까 생각하다가 먼길 왔는것이 너무 아까워 조심해서 산을 오르기로 했다.
30분 정도 오르자 산불초소 옆에 천주봉 표지석이 있다. 오르는 길 내내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운 거리에 큰 도로가 있는것 같다. 날씨만 좋으면 창원시내와 마산만 바다도 조망되는 곳이지만 비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낮은 지대는 꽃이 모두 지고 없지만 여기서부터는 간간이 진달래 꽃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800m는 산능선을 타고 만남의 광장까지 힘들지 않은 길이다. 가는 길에는 전망대가 2개가 있다. 날씨가 맑으면 창원
시내와 바다를 볼 수 있을것 같다.
천주암과 달천 주차장에서 오는 등산객이 합류하는 곳이 만남의 광장이다.
비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등산객이 있다. 깜짝 놀랐다. 비옷도 입지 않은 스님의 독경소리를 뒤로하고 정상을 향했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 창작 배경인 천주산 꽃동산
고향의 봄
/이원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코코아 매트가 깔린 등산로이다. 난코스는 아니다. 좌측으로는 편백나무 우측으로는 잣나무숲이다.
잣나무 숲을 지나자 잔달래꽃의 군락이 나타난다. 짙은 안개 때문에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천주산 정상 근처는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천상의 화원이다.
비도 오고 춥지만 기분은 황홀하다. 천상의 붉은 꽃밭이다.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는구나?
어느새 등산객이 등산로가 비좁을 정도로 많다. 정상 표지석에서 줄을 기다려 확인 촬영 후 마산의 진산 무학산에도 진달래가 만개했다기에 무학산을 가기로 하고 서둘려 하산했다. 내려올때는 달천약수터를 거처서 임도로 하산했다. 1시간 30분 정도 내려오는 길에는 무릎이 쓰리고 엉덩이도 너무 아파서 무학산은 포기하고 집으로 왔다. 무학산을 못가서 아쉽다.
비에 젖고 안개에 갖히고 춥고 다리도 조금 다쳤지만, 진달래 꽃밭에 취한 황홀함과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붉은 화원 정상을 정복한 성취감은 온몸을 전율케한다.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자평해본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올것을 기약해본다.
tip:
•식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창원시내에서 해결하면된다.
•마산 무학산, 돝섬, 진해 장복산,
마산어시장을 함께 둘려 볼 수 있다.
•마산 저도 콰이강의 다리,
저도의 특미는 조개구이다.
◆참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진달래•철쭉•연달래•수달래
•산철쭉•영산홍을
어떻게 구별할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 가운데 검은 반점이 없고, 꽃받침에 끈적임이 없다. 두견화로도 불린다. 너무 많이 먹으면 이상은 없지만 대변이 피처럼 붉어진다.
•철쭉은 꽃과 잎이 같이 피고 꽃받침이 끈적거린다. 진달래는 참꽃이라해서 옛부터 술을 담그거나 화전 등으로 많이 먹었지만 철쭉은 몸에 해로운 독이 있다. 철쭉꽃은 먹지 못하므로 개꽃이라 부른다.
•연달래는 색상이 연해서 연달래인지 진달래에 연이어 핀다고 연달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단, 토종 철쭉을 연달래라 한다.
•수달래는 물가에 피는 철쭉을 의미한다. 청송 주왕산은 수달래 축제로 많이 알려졌지만, 생태환경 변화 때문인지 수달래가 거의 사라져 축제는 없다.
•산철쭉은 잎 모양이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에 버들잎처럼 길고 갸름하게 생겼으며 꽃 빛깔은 붉은 빛이 많이 들어간 분홍빛이어서 오히려 붉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영산홍은 철쭉의 일본 개량종으로 보면 될 듯하다. 일본에서 개량하여 보급되어 분류학의 체계가 거의 완전히 잡혀 있는 오늘날도 영산홍만은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모양새는 산철쭉과 비슷한 품종이 많아 서로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산에 자라면 산철쭉, 정원에 심어진 것은 영산홍으로 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