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대통령’은 몰라도 ‘간이 부은 대통령’은 곤란
레임덕 겁내지 말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되어주길
취임 4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10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36%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2.3%포인트 내린 60.3%로 집계됐다.
역대 대통령 4년차 지지율을 보면 문 대통령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7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무렵 지지율(34%)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33%) ▲이명박 대통령(24%) ▲노무현 대통령(16%) ▲김영삼 대통령(14%) ▲노태우 대통령(12%) 순이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조사에서 빠졌다.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30%가 붕괴되면 임기 후반에 다시 반등하는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지지율 30%가 임기 말 레임덕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 선을 지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부동산 등 국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진영논리’에 매몰된 ‘문파‘들의 묻지마식 지지와 문 대통령 특유의 대범함, 즉 ‘간 큰 정치’가 30% 이상의 국민을 ‘친문’으로 붙들어 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간 큰 정치는 K-방역이다. 방역의 핵심인 백신 조기확보에 실패하고도 K-방역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K-방역이 무엇인가.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 아닌가. 과학적‧ 경제적 고려는 없고 오직 여럿이 만나지 말고 밥 먹지 말라는 얘기다. 골목 경제는 안중에 없고 낮은 감염률만 앞세우고 있다. 정부가 K-방역을 자랑할수록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간이 큰 건지 부었는지 알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비방한 30대 남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적이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고발하는 일은 더러 있었지만, 대통령이 자기를 흉봤다고 국민을 고소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쪼잔한 대통령’이라고 흉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문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국민을 고소하는 것은 보통의 배짱과 용기로는 어려운 일이다. 오직 문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간 큰 통치행위’라고 볼 수 있다.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이 우리 재계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면박을 준 일이 있었다. 한번은 옥류관 주방장까지 나서서 우리 정부에 “국수를 처먹을 때는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더니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어떤 지도자도 이런 무례한 행동에 입을 다물고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과 정부는 대범했다. 못난 놈의 패악으로 여기고 아량을 베풀었다. 질책보다는 용서가 옥류관 주방장과 김정은을 감복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정부 여당은 2020년부터 이‧통장에게 지급되는 기본수당을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50% 인상했다.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인상이다. 이‧통장의 노고에 비하면 월 30만 원이 큰돈은 아니다. 그에 불구하고 16년 동안 손도 못 댄 일을 이번 정부에서 해냈다. 그것도 10%, 20%가 아니고 통 크게 50%를 올려 줬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과감하게 해치우는 것이 문 대통령의 큰 장점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통 큰 정치가 자칫 아집과 독재로 비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소신과 대범함으로 포장하여 정권을 안정시키는 재주가 있다. 이른바 ‘간 큰 정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을 덮어주고 레임덕을 막아주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레임덕’은 임기 말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기우뚱 걷는 절름발이(lame) 오리에 비유하는 말이다. 또한 ‘간 큰 남자’는 겁이 없고 배포가 크다는 의미로 쓰였다. 예부터 조상들은 용감하고 대범한 경우를 간에 비유해 표현했다. 만용이나 객기를 ‘간이 부었다’거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라고 과장해 표현하기도 했다.
임기 말 레임덕은 숙명일 수도 있다. 다만 레임덕을 겁내지 말고 초지일관,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실패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나라의 실패가 아닌가. 남은 임기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대범한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국민은 ‘간 큰 정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 붓거나 배밖에 나온 정치’를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