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승 원효대사 구도의 길을 말로만 들어왔다. 갑자기 원효 구도의 길을 찾아 가고 싶어졌다. 첫 발걸음은 팔공산 북편 비로봉 8부 능선에 있는 오도암이다.
오도암은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북쪽 깊은 산속에 있다. 오도암으로 가는 여정은 대구에서 팔공산 터널을 지나 부계면 대율리에서 팔공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팔공산 아름다운 절경 동산계곡을 지나 한참을 더 가면 제1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앞에 안내판이 있고, 우측 좁은 길로 들어서면 오도암 가는 길이다. 오도암까지 1.5km이다.
오도암으로 오르는 산길은 인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좁은 오솔길이 참 예쁘다. 오솔길과 동무하듯 계곡 맑은 물이 길 따라 흘러서 산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 같다. 오솔길은 비교적 순탄한 편이다. 오도암 가는 길을 일러 주기라도 하는 듯 간간이 나무에 주인 없는 연등이 달려 있다.
땀 한 번 흘리고 산길을 오르다 보면 ‘청운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서 다리쉼을 하고 다시 산길을 걷는다.
오래지 않아 오도암 일주문이 눈에 들어온다. 말이 일주문이지 자연목을 깎아서 세우고 조그만 현판을 달고 있으며 싸립문이 달린 소박한 모습에 미소를 짓게 한다.
드디어 오도암이다. 대웅전과 요사채가 딸린 관음전이 우측에 있고 좌측에는 석조 지장보살상이 노천에 있는 아담한 암자다. 오도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며, 오랜 기간 폐사지로 있다가 1960년대 복원한 절이라고 한다.
절 마당 간이 의자에서 한숨 돌리는데 젊은 공양주 보살이 “이제 오셨느냐”며 주먹밥 두 덩이를 건네준다. 그러고 보니 동행한 아내와 본 기자는 점심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산을 올라왔다. 사찰에서 제공하는 주먹밥 한 덩이가 꿀맛이다. 게다가 김유신 장군이 마셨다는 장군수도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준다.
법당에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꼭 닮은 중간 크기의 돌부처님과 그 앞에 조금 작은 황금색 부처님 상이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원효 대사의 흔적은 없다. 1,500년의 역사를 뛰어넘었고 폐사지로 오래 있었으니 유물이 있을 턱이 없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오도암에서 옆길로 714 계단을 오르면 원효굴이 있다고 한다. 도저히 이 길로는 무리인 것 같아 다른 길을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