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을 여는 꽃

온 산천이 깊고 진한 초록의 덩굴로 가고 있다. 경쟁이라도 하는 걸까. 하루가 다르게 두께를 더해가는 초록의 세계에 조용히 발을 들여놓는 하얀 물싸리꽃.
해마다 다가오는 6월은 말라버린 눈물샘이 다시 젖어 올 정도로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한다. 그래서일까 ‘생각이 나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싸리꽃은 여기저기서 6월을 채운다.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을 위로라도 하듯 보기만 해도 미소짓게 만드는 꽃.
잎은 싸리를 닮고 습지를 좋아해서 물싸리라는 이름을 얻은 이 관목의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앙증맞고 병아리 같은 귀여운 다섯 장의 꽃잎 속에 완벽한 5개의 뿔을 가진 별을 숨기고 있다. 아니 숨긴 게 아니라 귀여운 겉모습만 보고 환호하다가 놓쳐버린다. 다시 생각이 나서 들여다보면 그제야 보이는 또 하나의 꽃, 바야흐로 물싸리의 세상이 돌아왔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6월은 물싸리들의 꽃으로 인해 더욱 싱그러워지고 더욱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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