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에서 원효대사에 관한 유적으로는 원효굴이 유일하다. 오도암 옆으로 원효굴과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이 있다. 또 산길을 한참 걸어서 714개의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오늘의 일정으로는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 다른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오도암을 내려와서 승용차로 하늘정원 주차장까지 가기로 하였다.
오도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가히 고승이 도를 이룰만한 곳이라 생각이 든다. 길옆으로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 지저귐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제1주차장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드디어 공군부대 정문 앞 하늘정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여기도 만만치가 않다. 다시 320여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래도 팔공산 정상 바로 밑이라 시원한 공기에 용기를 내어본다.
땀 한번 흘리며 나무 계단을 오르고 나면 우측으로 원효굴 안내판이 보인다. 다시 수십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원효굴이 나타난다.
원효굴은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다. 천애절벽 중간 부분에 있는 원효굴은 계단에서 높이 1m 지점에 있다. 굴은 높이가 1m 정도, 폭이 5~60cm, 깊이가 약 3m 정도 된다. 굴에는 아무런 치장도 없고 단지 촛불 하나 켜 놓았을 뿐이다. 조금은 허탈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원효굴이라는 생각에 경의를 표한다.
원효굴에서 다시 하늘정원으로 향한다. 팔공산 비로봉이 바로 코앞이다. 하늘정원 전망대에서 다리쉼을 하고 다시 기운을 낸다.
하늘정원에서 바라보는 비로봉이 전경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반대 방향으로 오도암 쪽은 천년 숲으로 덮여있고, 원효굴이 있는 쪽은 깍아지른 듯한 거대한 암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팔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군위지역 넓은 벌판이 시원하다. 이런 정경을 호연지기라고 했던가. 하산하는 길에 작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여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