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을 보며, 이해인)
만화방초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은황길 82-91번지에 있다. 고성군과 통영시의 경계를 이루는 벽방산(碧芳山)의 중턱이다. 만화방초(萬花芳草)는 '‘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이 있는 곳’ 이라는 뜻이다. 2020년 6월 경상남도에서 민간정원으로 지정하였다.
만화방초의 이름은 김열규 교수(서강대 명예교수)가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만들어지면서 개인 화원이었던 이곳이 2007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기 시작하였다. 전체 10만 평에 2만 평의 야생 녹차밭과, 700여 종의 야생화밭과 수국, 산책로, 자연암석원, 체험학습관 등이 있다.
만화방초는 봄, 여름, 가을 모두 색다른 매력이 있다. 봄에는 벚꽃과 녹차밭이 어우러진다. 여름에는 수국과 반딧불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가을에는 상사화가 단풍과 어우러진다.
이곳의 주인장 정종조(71) 대표는 부산에서 무역업을 했다. 1997년부터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곳의 차밭과 산등성이에 야생화와 나무를 심으며 정성껏 가꿨다. 2008년부터 사업을 모두 접고 이곳으로 들어와 20여 년 동안 정원을 가꾸고 있다.
산비탈의 아까시를 걷어내고 차밭을 일구었다. 처음엔 비밀정원이었다. 공개하지 않아 주말에 아는 사람들만 다녀갔다.
기억의 동산 산책길 끝 지점에는 편백나무 숲길과 야생 녹차밭길로 나누어진다. 편백나무 숲길은 숲속의 바다까지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야생화와 꽃들이 계류와 어우러져 청정한 기운을 더해 준다.
야생 녹차밭길은 녹차밭 가장자리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녹차밭 중간에 명품 편백나무 한그루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 아래에는 커다란 항아리를 배열해 놓아서 멋진 포토죤이 된다. 언덕 아래로 고성시가지가 펼쳐진다.
녹차밭 탐방 후에 광장으로 내려오면 칠면조와 토종닭들이 산책로에 볼거리를 더한다. 장승, 돌하르방, 절구 등 옛 소품들도 정답다.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