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등산으로 치유 중
나흘 째 명마산 등산로 보수
14일 오후 2시경 팔공산 선본사주차장과 약사암의 중간지점 등산로에서 박성찬(64, 대구시 만촌동) 씨를 만났다. 그는 연일 계속 되는 폭염을 무릅쓰고 등산로를 보수하느라 연신 땀을 훔쳤다.
10년 전에 뇌졸중을 앓아 신체의 오른쪽이 마비되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그 고마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시작한 것이 등산로 보수였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며칠 째 내리고 있는 기습 폭우에 흙이 휩쓸려 내려가서 등산객이 불편을 겪는 것을 보고 나흘 째 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물과 도시락이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그의 가방은 나무에 걸려 있었고, 삽을 들고 서 있는 그의 곁에는 작은 톱 하나가 놓여 있었다.
교통편은 아침 일찍 만촌동 집을 나와 401번 버스를 타고 종점(능성동)에 내려 산길을 약 4km를 걷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업은 앞으로 사흘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았다.
선본사주차장에서 시멘트포장 도로를 타고 바로 올라가면 갓 바위가 있는 관봉이다. 박 씨의 작업 현장은 주차장에서 200m 정도 걷다가 왼쪽으로 난 등산길로 가면 나온다. 그 등산로는 약사암, 용주암, 명마산(500.1m, 와촌면 음양리)의 장군바위로 이어진다.
명마산(鳴馬山)은 신라 김유신 장군이 원효암에서 수련을 하던 중에 건너편 산에서 백마가 큰 소리로 울며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는 전설에 유래한 이름이다. 산 정상에는 단검(短劍) 모양의 ‘장군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2000년 새해에 세웠다는 명마산 비석에는 해발 550m로 적혀있다.
그는 “나 하나의 작은 수고로 등산객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