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동굴 암벽에 새긴, 거창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
자연 동굴 암벽에 새긴, 거창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8.1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 예종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곳

 

이끼가 피어난 바위협곡을 오르면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있다. 장희자 기자

냇가에 우뚝 솟은 바윗돌 신의 도끼로 다듬어 낸 듯
머리 위에 소나무 자란 것 그 더욱 정을 끄누나
높이 치솟아도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네 
저처럼 부끄러울 일 없이 푸르게 살아 가리라.

(문바위,  면우 곽종석)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은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산6-2번지에 있다. 현성산(玄城山) 자락 지재미골짜기 중간 지점에 있다. 1971년 보물 제530호 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迦葉庵址磨崖三尊佛像)으로 지정되었다. 2010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입상은 자연 동굴 암반 한쪽 면을 연꽃 봉우리 모양으로 팠다. 그 안에 삼존불을 부조(浮彫)로 조각하였다. 연꽃 봉우리 형태의 윤곽은 삼존불의 광배를 표현하였다. 빗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깊게 골을 파서 윤곽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도록 하였다.

본존불 여래입상은 '凸' 형태의 대좌 위에 서 있다. 머리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민머리 소발(素髮) 형태이다. 정수리에 육계(肉髻)가 크고 높게 솟아 있다. 얼굴은 둥글고 뺨과 턱이 부풀어 있다. 이목구비는 작게 표현되었고 삼도의 표현은 생략되었다.

양 다리는 일자로 쭉 뻗어 평면적이다. 발은 좌우로 벌리고 발꿈치를 맞대고 있다. 옷 주름은 가슴에서 무릎까지 'U'자형 주름이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높이는 115㎝, 대좌와 두광 포함 215㎝이다.

좌협시 보살은 본존불에 비하여 신체가 가늘다. 얼굴은 본존불과 흡사하며 전체 높이 154㎝이다. 우협시 보살은 전체 높이 150㎝ 정도이다. 좌협시 보살과 유사하게 표현되었다. 좌협시 보살상의 좌측에 가로 70㎝, 세로 88㎝, 깊이 2~3㎝로 암벽을 파내어 불상 조상기(造像記)를 새겨 놓았다.

여래삼존입상. 그 옆에 네모 각자로 불상조성 유래 등을 적은 조상기가 새겨져 있다. 장희자 기자

조상기는 마모가 심해 글자를 식별하기 어렵다. 1989년 동국대학교 학술 조사단이 조사하여 해서체로 1행 26자 총 21행에 540여 자가 음각되었음을 밝혔다. 이 중에 판독 가능한 글자는 120여 자이다. “천경원년십월(天慶元年十月)”이라는 불상 조성 연대가 확인되었다.

1111년(고려 예종 6년) 작품으로 추정된다. 또한 “왕(王)”, “욕보(欲報)”, “염망모이○은(念亡母以○恩)” 등의 구절이 확인되었다. 효성이 지극한 고려 예종 임금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불상을 새기게 하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마애여래삼존입상 입구의 문바위는 가섭암의 일주문 역할을 한다. 장희자 기자

 

가섭암지 입구에 큰 바위인 문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바위이다. 옛 가섭암(迦葉庵)의 일주문에 해당한다. 가섭암, 그외 호신암(護神岩), 금달암(金達岩), 두문암(杜門岩), 용의 여의주(如意珠) 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구한말 애국지사이며 문호였던 면우 선생이 이 곳을 찾아 「문바위」를 읊은 칠언절구가 전한다.

문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며,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라고 적혀 있다. 장희자 기자
문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며,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라고 적혀 있다. 장희자 기자

이 바위에는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라는 각석이 새겨져 있다. 달암(達岩) 이원달은 본관이 합천으로 고려말 병조참판을 지냈다. 고려가 망하자 한 신하가 두 임금을 섬길수 없다며 이곳에 들어와 은거하며 순절하였던 곳이다. 새로 개국한 이씨 조정에서는 예를 다하여 여러 차례 임관할 것을 간청하였다. 그는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는 충절로 끝까지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임종에 이르러서는 왕도 송경인 북쪽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순절하였다.

현성산 너머 모리재는 남한산성이 무너지고 삼전도에서 임금이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은 치욕을 당하자 할복한 동계 정온 선생의 혼이 담겨 있다.

자연동굴 입구에서 보는 금원산.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