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후 시골 마을을 살려보려는 노력을 기록
"이장님 축하드립니다."
요 며칠 전화와 문자로 여러분들의 축하를 받았다. 농민신문의 제38회 영농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작(상금 200만 원)으로 선정되어, 신문을 본 지인들이 전화나 메시지로 축하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이장이 된 후로 지역 서청도농협(조합장 예정희)에서 농민신문을 보내주어 구독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에 영농 생활 수기를 공모한다는 광고가 나왔기에 귀촌 후 8년간의 일들을 적어 보았다.
글재주는 없는데, 죽 적다보니 A4 용지 6장 분량이나 되었다. 신문사에서 요구한 3~4장 분량으로 압축해야 되는데 어느것을 줄여야 될지? 결과가 이리 좋을 줄 알았으면 등단하신 동료 기자님들께 자문을 구해 글을 다듬어야 하는데, 여기 줄이고 저기 줄이고 내 맘대로 줄여 분량을 맞추어 내다보니 글이 제대로 되지 않아 2등인 우수작이 되고 말았다.
2013년에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고, 30년 살던 김천 집을 팔고 2014년 6월에 고향 청도로 돌아왔다. 귀촌하니 어릴 때 살던 고향 마을이 아니었다. 젊은이는 없고, 나이드신 어르신들만 많은 늙은 마을이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분교장을 3개나 폐교한 일이 있는 나로서는 폐교를 하고 태극기를 내리고 교문을 닫으면서 마을 어르신들과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르곤 했었다.
마을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었다. 지금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난 후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을 상상하니 끔직하기만 했다. 마을 빈집에 풀은 무성하고 담은 무너지고 이런 마을에 우리 손자들이 와서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대구 수성못에서 25km 거리인 우리 마을을 사람들이 살러오는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여러 일들이 맡겨졌다.
1. 6차산업 지정을 위한 준비(2014): 군에서 우리 마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촤종 심사에서 털락함
2. 영농조합을 만들어 군청의 마을기업 선정에 도전했는데, 새마을발상지 신도리 마을의 마을기업이 선정됨
3.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무장으로 마을 가꾸기에 봉사함(2017~2018년): 계획서를 만들고 도 심사, 중앙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되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금 5억 원으로 마을 환경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됨
4. 경로당 총무(2016~현재): 노인자원봉사클럽을 만들어 봉사를 하고, 한글교실을 열어 어르신들에게 삶의 의욕과 봉사의 보람을 느끼게 해드림
5. 지난해부터 마을 이장을 맡아 봉사를 하는데, 지난해 처음 생긴 공익직불금과 난데없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을 방역과 마스크와 손소독제 배부는 물론 지원금 신청 등 수많은 일들이 있어 모두들 내가 이장이 잘 되었다고 비행기를 태워주는 바람에 힘든 줄 모르고 이장일을 하고 있다.
6. 새마을문고 마을 회장: 작은 도서관을 만든다고 20평 짜리 건물을 짓고, 문고 면 총무를 맡아 가로수 정비, 소재지 꽃동산 가꾸기, 이동문고 등 봉사 활동을 한 일 등
지난 8년간의 이런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냈는데, 어찌 우수작으로 선정이 되었다.
내가 낸 작품의 제목은 <나는 마중물>!
지난 8년간 아니 앞으로도 계속 나는 우리 마을과 이서면 아니 청도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마중물 노릇을 하고싶다. 창조적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효자각 일대를 정비하고, 백일홍 공원을 만들고, 마을 담벽에 벽화를 그리고, 회관 일대 주차장과 버스 승강장을 새로 설치하고, 용곡지 저수지 일대를 정비하는 등 마을을 가꾸어 놓았더니 모두들 깨끗하고 살기좋은 마을이라고 칭찬을 하신다.
올 봄에는 KBS 1TV 6시 내고향 <청년회장(신현수)이 간다>에서 촬영을 해가고, 1부 2부 2회나 방영이 되어 마을 생기고 처음으로 방송으로 마을을 알렸다. 지난 7월에는 청도군 마을평생교육지도자 교육생 30명이 마을을 방문한다고해서 청소를 하고 준비를 했었는데,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내가 강의장에 가서 마을 안내를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노인자원봉사클럽 활동을 관심있게 지켜보시는 (사)대한노인회 경북연합회 관계자들이 수시로 감사 인사를 해오고,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지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농어촌 일손돕기 프로그램을 우리 마을에 지정해주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마을이 슬슬 살아나는가 싶어 흐뭇하기만 하다.
지난주에 사전 확인 차 마을에 온 담당 기자가 많은 분들이 응모를 해서 비율이 10대 1 정도 됐다고 하는데 글재주 없는 나를 뽑아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상금도 당선작 300만 원, 우수작 200만 원, 가작은 1백만 원이면 많은 편이다. 어제도 한글교실을 하면서 할매들이 축하한다고 하시기에, 상금 받으면 나중에 코로나 끝나고 마을 잔치할 때 돼지 한 마리 낸다고 약속을 했다.
졸작을 뽑아준 농민신문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