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봉선화)의 원산지는 인도와 동남아이지만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마치 우리 토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봉숭아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입니다. 열매가 여물면 꼬투리만 건드려도 톡 터지는 힘으로 씨앗이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붙은 말입니다. 봉선화(鳳仙花)는 ‘봉숭아’라고도 합니다. 봉황을 닮았다 하여 봉선화(鳳仙花)라고 하며 봉숭아는 순우리말입니다. 봉숭아는 예로부터 귀신이나 뱀을 쫓아낸다고 전해집니다. 우리 선조는 담장 밑이나 장독대 옆에 봉선화를 심어 질병이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봉숭아꽃은 귀신이 꺼리는 붉은빛이라 주술적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하여 봉숭아를 심었습니다. 봉숭아는 뱀이 싫어하는 향기가 있다 합니다. 그래서 봉선화를 금사화(禁蛇花)라고도 부릅니다.
가곡 봉선화 노래는 김형준 작시 홍난파 작곡으로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가만히 읽어보면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절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2절 어언 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낙화로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3절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 같은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보아라 바라노라.
나라 잃은 처연한 심정을 노랫말에 함축시켰습니다.
나는 봉숭아에 애틋한 추억이 있습니다. 내가 맏이여서 내 위로 형제는 없고 나보다 두 살 위인 고모가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 끝 무렵이면 고모는 봉숭아 꽃잎을 따다가 백반과 으깨어 내 손톱에도 으깬 꽃잎을 올려 실로 찬찬 감아주었습니다. 여름에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 꽃물이 첫눈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첫사랑이 무언인지도 모르면서 마음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봉숭아는 손톱에 물들이는 꽃이라 하여 지갑화(指甲花)라 부르기도 합니다. 봉숭아꽃이 봉황을 닮은 신선 같다 해서 鳳仙花(봉선화)라 부르기도 한다니 봉숭아는 꽤 격조(格調)가 있는 꽃인가 봅니다. 봉숭아는 나에게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이 있는 꽃이라 친근감이 듭니다….
지금 봉숭아가 한창입니다. 대구의 중견 여류 시인 두 분의 봉숭아 詩를 소개합니다.
봉숭아 / 김숙이 시인
그냥 여린 풀꽃으로 살아가려 했습니다
화려한 관심 받고 싶지만 분복이 있는 법
어차피 울 밑에 서는 편이 아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는 새들의 노래 바람의 꽃향기
온통 마음잡아 흔드는데 가까이 와서 내민 따스한 손
첫눈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아야 고운 님 만난다지요
그대 손끝에 잦아들어 붉게 물들겠습니다.
봉숭아 꽃물들이기 / 유가형 시인
빨간 석류 알의 상큼함, 아유 저 빨간 거짓 같은 붉은 자궁,
복숭앗빛으로 밀려 나오는 부끄러움을 밀치며, 단숨에 달리다가 손가락 끝 차돌에 퍽 주저앉는다. 단청의 화려한 무늬 밑에서 사색에 잠긴 왕비의 스란치마가 이보다 더 붉을까? 맨드라미 닭 볏닭 벼슬 밑에 치른 혼사. 빨간 배롱나무 꽃가지 휘청거리며, 알래스카 말간 얼음 하늘에 꽃불 타들어 간다. 소 직장 같은 하얀 반달이 붉은 노을에 빠진다
엊저녁 초경의 붉은 꽃잎이 하늘하늘 내 손톱 위에 살짝 착지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