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심겨 있다. 그 중에서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하지만 많은 꽃이 피고 지다 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꽃도 있고,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꽃도 있다. 인디언국화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꽃이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화려한 색상을 하고 꽃을 피우지만, 그냥 스쳐 지나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들이 만든 담요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강렬한 색깔이 눈에 띄는 꽃인데도 무심코 지나치는 이유는 뭘까. 언뜻 보면 화장을 진하게 한 촌스러운 느낌이기도 하고, 조화 같기도 하여서였던 것 같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인디언국화를 모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꽃은 마치 영화 속 인디언들의 머리에 장식처럼 꽂혀 있던 깃털 같다. 인디언들이 독수리나 매 같은 조류의 깃털을 머리에 꽂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려한 색깔 뒤에 우수에 젖은 모습이 느껴진다. 그들은 지금부터 2만 년 전 아시아에서 동물의 무리를 따라 베링해협을 통과하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그 후 수많은 세월이 흐른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그 넓은 땅이 인도인 줄 알고 지금의 아메리카 땅의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그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갖은 핍박 속에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태양의 모습으로 치장한 것 같지만 왠지 슬퍼 보이는 것이다. 마침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와 꽃을 어루만진다. 이제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보자는 듯이.
주황색 꽃잎에 노란 테두리를 한 꽃잎이 다 떨어지면 가운데 수술이 남게 되는데 황금색의 동그란 공처럼 생겼다. 그래서 골든볼꽃이라고도 부른다.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슷비슷한 느낌인데, 그 속에서 다른 특징을 찾았을 때는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언젠가 꽃씨를 받아볼 생각에 만졌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부드럽게 생긴 꽃과는 달리 옹골지게 여문 꽃씨는 뾰족한 가시를 드러내며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마치 인디언들이 그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화려한 인디언국화는 삶의 고달픔과 인디언들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