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살찌우는 '고마리풀'은 어떤 역할을 할까
소를 살찌우는 '고마리풀'은 어떤 역할을 할까
  • 여관구 기자
  • 승인 2021.10.25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똥 찌꺼기가 섞인 수질에서 살 수 있지만 산업폐수가 섞인 물터에서는 결코 살지 못한다. 고마리가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이(풀)'란 뜻에서 유래한다.
붉은 고마리풀꽃이 활짝핀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풀의 꽃말은‘꿀의 원천’이다. 한해살이풀로 아래로 향한 가시(逆刺)가 줄기 능선을 따라 나 있고 털은 없다. 지면을 덮는 줄기가 사방으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잎은 어긋나며(互生) 양면에 별모양 털(星狀毛)과 부드럽고 가시 같은 털(刺毛)이 성글게 나 있다. 가장자리에는 짧고 부드러운 털(軟毛)이 밀생하고 짧은 턱싼잎(托葉鞘)이 있다.(비교: 나도미꾸리는 길고 좁은 창날 같으며 전체에 별모양 털이 많다.)

흰 고마리풀꽃이 활짝핀 모습.  여관구 기자,

꽃은 7~10월에 담홍색 또는 백색으로 피며 가지 끝에 10~20개씩 모여 핀다. 꽃대(花莖)에 짧은 털과 대가 있는 샘털(腺毛)이 있다. 지면을 기는줄기(匍匐莖) 끝부분에 폐쇄화(閉鎖花)가 핀다. 열매는 여윈열매(瘦果)로 황갈색이며 세모꼴이다. 서식처는 습지 가장자리, 도랑 가장자리, 하천변 습지, 경작지 수로 등이며 늦여름 메밀꽃 필 무렵 농촌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는 좁은 물길에는 고마리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전역의 고랑, 도랑, 개울에서 사는 대표적인 한해살이풀이다. 한반도에서 정착농경이 시작된 이후로 농부들에게 낯익은 야생초다. 밭이건 논이건 정착농경에서 물 대는 일은 필수적이며 고랑은 필연적인 수리(水理) 수단이다. 그런 물길은 야생동물에게도 중요한 서식처이면서 이동통로다. 고마리가 좋아하는 입지는 큰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고랑에 물이 가득차서 흐르고 가물 때라도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다.

붉은 고마리풀의 집단서식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는 깨끗한 곳에서 더러운 곳까지 살 수 있는 수질 범위가 넓은 편이다. 전통 농경의 평균 수질에서 흔하게 출현한다. 소똥 찌꺼기가 섞인 수질에서 살 수 있지만 산업폐수가 섞인 물터에서는 결코 살지 못한다. 질소와 인산 성분이 풍부한 이를테면 부영양화 된 물터에서 수질 개선에 한 몫을 한다. 하지만 말라죽은 고사체를 그냥 내버려 두면 다시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너무 과도하게 번성하는 때에는 고마리 몸체에 자양분이 많으니 고사체를 적절하게 걷어내어서 퇴비로 쓰는 것이 좋다. 고마리는 나물, 약, 소의 먹이풀로 이용되었고 고대 농업사회 때부터 유용한 풀이었다.

흰 고마리풀의 서식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를 가축(특히 소)의 먹이풀로 인식한 것은 일찍이 한반도의 농경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마리는 소에게 영양가 높은 식량이다. 예전에는 농부가 쉬는 동안에 도랑에서 소가 고마리를 뜯는 전원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동북아 삼국 가운데 소와 관련한 음식문화에서 찾아보는 어원은 한반도를 한 축으로 한다. 동남아 기원의 소, 즉 물소를 이용한 논농사 지역에서는 고마리가 분포하지 않고 중국 북부 몽골 초원지대에도 없다. 환 동해 동북아시아가 고마리의 분포영역이고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냇가에 활짝핀 붉은 고마리풀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의 명칭 유래>

고마리는 고만이, 고만잇대, 꼬마리 등으로도 부른다.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고마리 잎 모양에서 소 얼굴에 가면처럼 덧씌우던 옛날 옷가지 고만이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일본에 있다. 일본명은 미조소바(溝蕎麦, 구교맥) 또는 우시노하타이(牛の額, 우액)이다. 미조소바는 도랑(溝)이나 고랑에 사는 메밀이라는 뜻이고 우시노히타이는 잎 모양이 소의 얼굴(面像)을 닮은 데에서 비롯하는 이름이다. 한편 고마리의 한자명 戟叶蓼(극협료)는 갈라진 창 모양처럼 생긴 잎 모양에서 붙여졌고 鹿蹄草(녹제초)는 사슴 발굽을 닮았다는 잎 모양에서 비롯한다.

냇가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고마리풀.  여관구 기자.

고마리의 명칭에 대한 또 다른 추정은 두 말의 복합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말의 무늬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식물학적 기록으로부터 고마리라는 한글명칭의 최초 기재는 1937년으로 1957년의 고만이보다 앞선다. 하지만 음운(音韻) 규칙으로 봐서 고마리는 고만이에서 유래하는 말이지 고마리에서 고만이가 유래하지는 않는다. 고만이가 앞선 명칭이라는 것이다. 고만이는 가장자리 또는 모서리(고샅)를 뜻하는 고와 심마니, 똘마니와 같이 사람을 일컫는 뜻으로 ‘만이’ 또는 ‘만’과의 합성어다. 즉 고마리는 고만이라는 말에서 왔으며‘가(언저리, 가장자리)에 사는 것(놈)들’이라는 뜻이다. 개골, 개골창, 개울, 골, 고랑, 구렁 등은 모두 동원어 인데 물의 뜻을 포함하는 우리말 고에 잇닿아 있다. 논이나 밭에 물을 대거나 빼기 위해 만든 좁은 통로 즉 고랑과 이어지는 물길을 ‘물꼬’ 또는 ‘고’라고 한다. 고마리는 바로 이 ‘고’에서 사는 ‘만이’들인 것이다. 결국 고마리는 ‘고랑에 흔하게 사는 생명체’이기에 생겨난 이름으로 추정된다.

집단으로 서식하는 붉은색 고마리풀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가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고마운 이(풀)’란 뜻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수질정화라는 기능적인 결과를 인식하고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식물이름의 탄생 유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질정화라는 개념은 한 사람이 오랫동안 적어도 수년 동안 똑같은 일을 관찰함으로써 즉 고마리에 대한 연구 활동을 통해서만 그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마리라는 이름은 동남아를 포함한 중국 동남부나 북부의 몽골 것과 다른, 소와 관련된 독특한 농경문화 요소를 포함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4세기 무렵에 쟁기에 쓰인 보습을 이용한 우경(牛耕)이 농경생활의 기반이었으며, 성황이었다는 여러 가지 역사적 증거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우리 문화의 무늬에도 분명 독창적인 그 무엇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식물이름 고마리에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냇가뚝에 서식하는 고마리풀 모습.  여관구 기자.

고마리는 마디풀과로 꽃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萼)이다. 꽃은 분홍빛이며 드물게 백색 꽃도 핀다. 고마리의 번식전략은 그 무엇과도 경쟁되지 않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땅에 붙어 살면서 마치 기는줄기(匍匐莖)처럼 수많은 줄기로 분지하면서 뻗어 늘 큰 무리를 만든다. 땅에 닿아 분지한 줄기 끝에는 폐쇄화(閉鎖花; 백색으로 꽃은 피지 않지만 꽃가루받이를 함)가 있고 자가수분을 통해 종자를 만든다. 작은 곤충들의 도움으로 수분하는 정상적인 꽃에서 만들어진 열매와 개골 바닥 폐쇄화에서 만들어진 열매의 형태가 똑같기 때문에 구분할 수 없다.

큰 비에 토사가 흘러들어 폐쇄화를 살짝 덮으면 자가수분으로 열매를 만든다. 종자를 그대로 묻게 되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는줄기(匍匐莖) 마디에서는 수일 만에 새로운 새싹이 일제히 돋아난다. 그래서 큰물로 모두 휩쓸려나간 휑한 도랑은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고마리로 가득 찬다. 이처럼 고마리의 번식과 생존전략은 적극적이면서 공격적이다.

냇가 풀섭에 서식하는 고마리풀 모습.  여관구 기자.

< 폐쇄화 >

농촌 도랑이 시멘트로 포장되고 물 흐름이 인공적으로 조절되고 제초제가 과도하게 살포되면서 고마리 서식처는 크게 위협받고 있다. 물 흐름을 지독하리만큼 조절하는 곳에서는 여기저기 몇몇 개체가 보일뿐 군락을 찾아보기 어렵다. 버드나무 종류의 수풀 속에서는 수반종(隨伴種)으로 띄엄띄엄 함께 살고 있다. 고마리가 우점하는 식물군락은 인간의 농경문화와 자연습지생태계가 어우러졌다는 증거가 되는 지표식물사회(indicator plant community)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토지이용은 농촌도랑에 고마리가 군락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붉은색 고마리풀의 꽃모습.  여관구 기자.

<가뭄 비 > 시인 여관구

메마른 가슴에 그대의 맘이 와 닫듯이

내 가슴 한 모퉁이부터 사랑비가 스며듭니다.

까칠하고 몽글몽글한 날에 찾아온 사랑 비는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촉촉이 적셔주어 애타는 가슴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그대의 눈길에 쌓여버린 사랑 꽃은 향기와 함께

애틋한 마음으로 나를 사로잡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는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가.

사랑 비 한입물고 한발자국 뛰어보니

온몸에 전율이 꿈 사랑으로 전해오네

아~ 얼마만의 단비이던가.

얼마만의 꿀 비인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