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들국화는 피었는데
[시골 꽃 이야기] 들국화는 피었는데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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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국화의 계절답게 가을 들판은 국화 향기가 가득하다. 요즘에는 문밖을 나서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본다. 누가 기르지 않아도 저절로 피는 국화를 우리는 들국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작 들국화라고 하는 종명을 가진 식물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들국화라고 부르는 것은 크게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를 말한다.

깊어가는 가을 오후에 산책을 나섰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만치에 보이는 연보랏빛 꽃을 보며 남편이 묻는다. “이건 뭐지?” “구절초.” 조금 지나가다가 또 묻는다. “이건 뭐지? 다른 꽃 같은데.” “그것도 구절초네. 저 앞에 있는 게 쑥부쟁이야.”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어느 시인이 '무식한 놈'이란 시를 썼을까.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나도 들국화는 볼 때마다 많이 헷갈린다. 그 때마다 다시 찾아보고 특징을 살핀다. 나와 절교를 면하기 위해서.

구절초는 꽃잎이 뭉툭하며 하얀색이나 분홍색 꽃이 피고, 한 꽃대에 한 송이 꽃이 핀다. 쑥부쟁이는 꽃잎이 가늘고 보라색이다. 한 꽃대에 여러 송이 꽃이 풍성하게 피어 구별이 된다. 그럼 벌개미취는 어떻게 다를까. 벌개미취는 쑥부쟁이와 비슷한데 다만 꽃이 더 크고 길쭉한 잎도 더 크고 넓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구절초. 장성희 기자
무리지어 피어 있는 구절초. 장성희 기자

이밖에도 산국과 감국, 왕고들빼기, 참취 등은 들판을 수놓는 들국화들이다. 산국은 우리가 흔히 보는 국화의 잎 모양과 가장 비슷하고 노란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다. 10월 양지 바른 산비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감국은 산국에 비해 1.5배 큰 것이다.

작은 꽃이 뭉쳐 피는 산국. 장성희 기자
작은 꽃이 뭉쳐 피는 산국. 장성희 기자

골짜기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들판에는 들국화가 만발한다. 쑥부쟁이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음력 8월부터 들판에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구절초는 음력 9월이 되면 햇볕이 잘 드는 숲에서 꽃이 핀다. 구절초란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9개가량의 마디가 생긴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이날은 양기가 겹친다 하여 중양절이라고 하였다,

예전에 주윤발, 공리 주연의 ‘황후화’를 볼 때 국화가 나왔다. 중양절 축제를 앞두고 황금빛의 국화를 황궁에 가득 채운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왜 국화가 그렇게 많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요즘 들어 더 새기게 된다. 당나라 황궁의 화려한 국화는 아니지만, 상사리의 온 들판에도 연보라색의 쑥부쟁이와 흰색의 구절초, 노란색의 산국들이 은은한 향기를 피워낸다. 오늘 저녁에는 진한 국화차를 마시며 들국화 만발한 가을을 만끽해야겠다.

노랗게 우러난 국화차. 장성희 기자
노랗게 우러난 국화차.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