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외사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 있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겁외사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먼저 해인사 IC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단성IC까지 가는 길과 또 하나는 합천IC에서 대구 방향으로 올라오다가 고령IC에서 내려 합천을 거쳐 산청 방면으로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이다.

일단 내비게이션에 맡겨보기로 하였다. 후자의 길을 택하여 안내한다. 바쁠 것도 서둘 일도 없는 여정이다. 옆지기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안전하게 차를 몰아간다.

드디어 겁외사 광장이다. 단성면 시골 마을치고는 꽤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광장 우측으로는 겁외사가 있고, 좌측에는 광장 건너 성철스님 기념관이 웅장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성철 스님 기념관에서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3천 배 정진 기도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발길을 겁외사로 향한다. 사찰 입구에 ‘지리산 겁외사’라는 현판이 반갑다. 마당 한가운데 성철 큰스님의 동상이 우뚝 솟아있어 누가 보아도 성철 큰스님을 기리는 사찰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동상 밑에는 스님의 사리 일부를 봉안하였다고 안내판이 알려준다. 이 사찰에는 스님을 위한 특별한 전각이 없다. 단지 평범한 대웅전이 있을 뿐이다.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생가로 향하는 길에 백송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은 그렇게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로 자생 조건이 까다로워 우리나라에도 몇 그루 없는 희귀목이다. 나무 외피 전체가 흰색을 띠고 있고 겨울철이라 그런지 나무잎은 무성하지 않다. 청와대에도 한 그루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참으로 귀한 나무를 본다.

큰 스님의 생가로 들어간다. 약간은 실망감이 밀려온다. 정말 스님이 출가 전에 사셨던 집일까 싶을 만큼 중앙에 본체, 좌, 우로 두 동의 건물이 조성되어 있다.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큰 스님의 출가송이다.

彌天大業紅爐雪 미천대업홍로설

跨海雄其赫日露 과해웅기혁일로

誰人甘死片時夢 수인감사편시몽

超然獨步萬古眞 초연독보만고진

하늘에 넘치는 큰일들 화톳불에 한 점 눈송이요

바다를 뒤엎는 큰 과업도 햇볕 아래 이슬일세

그 누구 잠깐의 꿈같은 삶을 살다가 죽어가랴

만고의 진리를 향해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노라.

이렇게 큰 스님의 발자취를 찾아가다 보니 마음의 허함은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바세계예토에서 허덕이며 사는 중생이 또 큰 스님을 찾고 싶은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