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두세 마리가 동시에 잡는다
대구 신천에서 때 아니게 새들에 의한 미꾸라지 잔치가 벌어졌다 . 대봉교와 희망교 중간 지점에 만들어진 시멘트 징검다리를 동편으로 왜가리 , 중대백로 , 쇠백로 무리가 몰려들어 미꾸라지 사냥에 난리가 났다. 평소에는 가까이 가기조차 꺼려하던 쇠백로가 중대백로의 부리에 걸린 미꾸라지에 눈독을 들이지만 어림없다 . 반면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합세, 쇠백로가 사냥한 미꾸라지를 노린다 . 우격다짐으로 미꾸라지를 내 놓아라 으름장이다 . 먹이를 지키고자 엉겁결에 달아나는 중에 쇠백로는 입에 문 미꾸라지를 흘리고 만다 . 미끈거리는 미꾸라지라 부리를 앙 다물어 보지만 미끌미끌 곧잘 빠져나간다 . 이때를 틈타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한 입에 날름 , 여유 있게 받아먹는다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기듯 잡기는 쇠백로가 잡고 먹기는 왜가리와 중대백로 몫이다 . 부리 끝에서 사라지는 미꾸라지를 쳐다보는 쇠백로 표정이 슬퍼 보인다 . 약육강식의 법칙 앞에 약한 자의 비애다 .
이곳으로 미꾸라지가 많이 몰려든 까닭은 신천에서 한창인 공사 때문이다 . 현재 신천에서는 2021 년 9 월 13 일부터 2022 년 7 월 9 일까지 신천 보 및 어도 개선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 이로 인해 물길이 돌려지고 간혹 흐린 물이 흘러내린다 . 이때 자연스럽게 미꾸라지 떼가 시멘트 징검다리 아래의 여울에 몰려들었고 기다렸다는 듯 새들이 몰려들어 잔치를 벌리고 있다 . 평소에는 새들의 고기잡이 모습을 보는 것이 특별한 구경인 양 여겼는데 오늘은 제철을 맞아 그물에 주렁주렁 달린 양미리(까나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떼를 보는 것 같다. 한꺼번에 두세 마리가 동시에 잡는다.
평소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징검다리 쪽으로는 뜸하던 새들이다 . 하지만 미꾸라지란 먹이 앞에 주위 새들이 죄다 몰려든 것 같다 . 사람들이 오갈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하는 척 물러났다가 몰려들기를 반복한다 . 구경 삼아 사람들이 징검다리에 있을 때도 과감하게 1~2m 까지 접근하는 대담성까지 보인다 .
기자가 지켜본 바로는 근 20~30 마리 정도의 미꾸라지가 순식간에 희생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 처음과는 달리 잔치의 끝 무렵에 이르러서는 먹이 다툼도 한결 느슨하다 . 더 이상 잡아 먹을 미꾸라지가 없는지 한 마리 두 마리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 듯 빗자루로 마당을 쓴 듯 깨끗하게 날아 가버린다 .